[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우연히 본 오페라가 굉장히 재미있어서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노래를 하다, 사랑에 빠져 성악가가 됐어요.”
올해 마포아트센터 상주음악가 ‘엠(M) 아티스트’로 선정된 바리톤 박주성은 18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라운드 테이블 에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다 오페라 카르멘을 봤는데, 이런 예술이 있다는 것에 굉장히 큰 매력을 느꼈다”면서 성악가가 된 배경을 전했다.
국내 공연장이 성악가를 상주 음악가로 내세운 것은 박주성이 처음이다.
박주성은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실기 수석으로 졸업한 국내파다. 예술고등학교를 나오지도, 해외 유학을 하지도 않았지만 해외에서 실력을 인정 받았다.
2021년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Cardiff Singer of the World)’ 콩쿠르 본선에 진출해 주목을 받았고, 같은 해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최하는 ‘오페랄리아(Operalia)’ 국제성악콩쿠르 3위, 2023년 오스트리아 빈 ‘헬무트 도이치(Helmut Deutsch)’ 독일 가곡 콩쿠르 2위에 입상하며 세계 무대에서 입지를 다졌다.
2021년 한국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 극장 ‘영아티스트’로 선정됐으며, 현재도 빈 국립오페라 극장 전속 솔리스트로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타고난 성악가가 아니라 ‘노력형’이라고 했다.
박주성은 “고등학교 가창 시험 때 선생님으로부터 만점을 받은 적이 있지만, 노래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며 “음대 성악과도 삼수를 해서 들어갔다. 학교에 들어가서도 제일 잘한다는 말은 못 들었고, 한국에서 콩쿠르 경력도 화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랬던 그가 주목을 받은 건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이 활동 중이던 사람들에겐 힘든 시기였던 반면, 저한테는 기회의 시간이었다”며 “2020년 빈 국립오페라극장 영아티스트를 뽑는 감독이 영상을 보고 오디션을 봤는데, 극장 관계자가 ‘뭐 하나 뛰어난 점이 없는 것 같은데 희한하게 매력 있고 기억이 남아서 같이 일하고 싶다”고 해서 해외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박주성은 자신 만의 매력과 강점을 묻자 ‘언어 구사력’을 들었다. 그는 독일어, 이탈리아어 등 오페라 가사를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구사한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주변에서 언어 구사력이 뛰어나다고 얘기해준다”며 “성악 가사가 주는 뉘앙스와 아름다움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해 언어적으로 좀 더 집중하고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이어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다. 음대 다닐 때 김관동 교수가 외국에서 배운 것 못지 않게 언어와 관련해 집중적으로 가르쳐주셨다”며 “한국인이기 때문에 언어 구사력이 약하면 무대에서 이상해 보일 수 있어 특별히 더욱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외국에 나가면 ‘동양인인데 원어민처럼 독일어를 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주고 관심을 가져준다”며 “동양인에 대해 갖는 편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느껴서 외국에서 좀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박주성은 올해 마포아트센터 상주 음악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오는 23일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8월 야외 공연, 12월 공연 등 무대를 세 차례 선보일 예정이다.
첫 리사이틀 1부에서는 말러 연가곡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일부 곡과 슈트라우스 가곡 ‘내 안에 사랑을 담아’ 등을 들려준다. 2부에서는 모차르트와 코른골트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의 오페라 아리아도 노래한다.
마포문화재단 공연 뿐 아니라 서유기를 소재로 한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몽키 킹’의 세계 초연 무대에도 오른다.
마포문화재단과 오페라를 소재로 한 숏폼 영상을 기획해 선보이는 등 오페라의 매력을 대중에게 알리는 활동을 할 계획이다.
박주성은 “오페라의 가장 큰 매력은 성악가 목소리를 그대로 들었을 때 있다”며 “그 매력을 잘 살릴 수 있도록, 그래서 마포에서 제 무대를 보고 성악가가 되려는 ‘제2의 박주성’이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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