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장수 캐릭터 뽀빠이(Popeye)는 1929년 1월 미국 한 잡지 연재만화 ‘골무극장'(Thimble Theater)에 조연으로 처음 얼굴을 내밀었다. 이후 플라이셔 스튜디오를 통해 파라마운트 애니메이션 ‘베티 붑의 대나무 섬'(Betty Boop’s Bamboo Isle) 주역으로 나서면서 인기를 누린다.
81세를 일기로 9일 별세한 방송인 이상용은 한국의 ‘영원한 뽀빠이’로 통한다. 원작의 뽀빠이는 “살려줘요, 뽀빠이~”를 외치는 올리브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보여줬는데, ‘한국의 뽀빠이’ 이상용은 어린이에 대한 사랑이 특별했다.
1970년대 중반 KBS TV 어린이 노래 프로그램 ‘모이자 노래하자’로 어린이들의 우상이 됐다. 당시 심장병에 걸린 한 어린이의 부모가 아이와 함께 그런 이상용을 찾아가 수술비가 없다며 도움을 청했다.
당시 사당동 650만원 전세에 살고 있던 이상용은 수술비 1800만원을 쾌척했다. 명동 세 야간 업소의 진행자로 출연하기로 하고 석 달치 봉급을 선불로 받아 수술비를 댔다. 이후 수술을 받은 부친이 뽀빠이가 무료로 수술을 해줬다고 방송에서 밝히면서, 전국의 심장병 어린이가 그에게 모여들었다.
이를 거절하기 힘들어한 이상용은 결국 한국어린이보호회를 만들어 한 명씩 수술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지켜 1987년 국민훈장 동백상, 가톨릭봉사대상 등을 받았다. 그가 수술을 시켜준 어린이는 약 600명이었다.
그런데 1996년 11월 이상용에게 전쟁과 같은 날이 일어났다. 그가 심장병 어린이 수술 기금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는 기사가 난 것이었다. 이 오보로 이상용은 방송에서 퇴출됐다. 3개월 만에 무죄판결이 났으나, 이를 알아주는 이들이 드물었다.
이 사건으로 심신이 지쳐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추기경이 그에게 전한 “눈이 덮였으니 쓸지 말고 떠나라. 봄이 오면 눈이 녹고 너는 나타나느니라”는 말을 새기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하루 13시간씩 관광버스 안내원을 하는 등 고생을 했다. 동시에 남 돕는 일은 다시는 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상용은 지난 2023년 TV조선 시사·교양 ‘스타다큐 마이웨이’에서 ROTC 후배인 김홍신 작가와 만나 ‘후원금 횡령 루머’에 시달렸던 일을 떠올리기도 했다.
김 작가는 “(이상용이) 말도 안 되는 억울한 사연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심장병 어린이들을 수술시켜 주는 우리 시대의 영웅이었는데… 갑자기 모함에 시달렸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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