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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장애인들에 선물하려 ‘배우’ 앞세워 재능기부 받는 반칙했죠”[문화人터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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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배우들을 한데 모으려면 들어가는 돈이 엄청 드니 일반 출판사가 하기엔 사실상 불가능해요. 배우가 아닌 사람이 배우들을 모으는 건 수지타산이 안맞는 기획이잖아요. 그런 부분에선 말하자면 ‘반칙’이죠”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으로 알려진 배우 박정민(38)의 또다른 직업은 출판사 대표다. 그가 운영하는 출판사 무제에서 최근 소설 ‘첫 여름, 완주’를 출간했는데, 종이책보다 배우들이 목소리로 출연하는 ‘오디오북’을 먼저 펴내는 ‘파격 기획’으로 화제가 됐다.

그는 ‘첫 여름, 완주’를 위해 자신이 배우로서 활동하며 맺어진 ‘인맥’을 활용했다. 배우들의 재능기부를 받은 것인데, 그가 말한 ‘반칙’이다

‘첫 여름, 완주’는 소설 ‘경애의 마음’과 산문 ‘나의 폴라 일지’ 등을 펴낸 김금희 작가가 집필했다. 주인공이자 성우로 일하는 ‘손열매’가 자기 돈을 들고 사라진 절친을 찾아 헤매다 절친의 고향 완주를 찾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종이책 형태로 출간한 후 오디오북 등으로 콘텐츠를 확장하는 방식이 아닌 처음부터 오디오북 방식으로 기획됐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선택이었다. 박 대표가 5년전 시력을 잃은 아버지를 위해 고민한 결과이자 ‘듣는 소설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뉴시스와 전화로 만난 박 대표는 자신의 출판사의 첫 책인 박소영 작가 에세이 ‘살리는 일’이 출간될 당시를 떠올렸다.

박 대표는 “‘살리는 일’이 2020년 말에 나왔고 그 시기에 딱 맞물려서 아버지가 시력을 잃으셨다”며 “책이 나올 때쯤 아버지가 시력을 잃으시니 아들 된 도리로서 어떤 상심이 생겼다”고 했다.

“아들이 출판사를 하는데 아버지께 어떻게 책을 선물할 수 있을까를 며칠 고민했어요. 아버지가 점자를 모르셔서 ‘오디오북을 만들어 볼까’라는게 이 프로젝트의 출발이었어요.”

‘어떻게 만들지’에서 시작한 그의 고민은 ‘어떻게 재미있게 만들지’로 확장됐다.

박정민은 “듣는 소설이라는 걸 만들어보고자 원고를 쓰고, 배우도 섭외하고, 음악과 효과음도 넣었다”며 “제가 녹음했던 오디오북 형태가 아니라 ‘라디오 드라마 같은 형식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생각을 현실화하기 위해 직접 배우들의 소속사에 도움을 구했다. 그 결과 고민시·김도훈·염정아·최양락 등 배우들이 목소리 기부 형식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박 대표는 “작가님, 참여한 배우들, 음악 감독까지 저를 보고 와준 것도 있지만 이 책의 취지 때문에 함께 해주신게 훨씬 더 크다”며 “취지를 설명하니 흔쾌히 와주셨지만 반칙은 맞다”며 웃었다.

그는 “장애인 독자들에게 먼저 소개하는 책이고 수익금 일부도 기부의 형태로 나가는 등 여러모로 좋은 일을 하려다 보니 반칙하는 느낌이 좀 찔리긴 한다”면서도 “열심히 또 좋은 일을 하다 보면 다른 분들도 너무 미워하지는 않지 않을까”라고도 전했다.

‘첫 여름, 완주’는 출판사 무제의 세 번째 작품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출판 사업을 시작하며 홍보에도 열을 올리는 데는 작업한 작가들에 대한 ‘미안함’이 깔려 있다. 앞선 두책 홍보에 전력하지 않았던 건 배우라는 직업이 다른 출판인들에 비칠 ‘눈총’때문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첫 책에서 저를 아예 드러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출판사를 만들어서 책을 판다는 모습을 보이면 선배 출판인들이 미워하실 것 같았다”며 “편집이나 출판 경력도 없는데 조금 들뜬 모습을 보이면 흉을 볼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뒤로 빠져서 책의 힘으로 가보자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작가님들이 출판사를 보고 원고를 주는 게 아니라 저라는 사람을 보고 원고를 주는 것일 텐데 숨어 있으면 너무 미안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네 출판사 사장님 한 분이 제게 용기를 많이 줬다. 그분이 ‘박정민이 진심으로 하고 있다, 배워야 한다’고 출판하는 분들께 말해주셨고, 제가 열심히 하는 것을 누군가가 봐주고 있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으로 시작한 작품은 종이책으로도 출간돼 일반 독자들을 만난다.

박정민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기는 법도 소개했다.

“책을 읽으면서 오디오북을 들으면 진짜 영화 보는 것 같아요. 우리가 얼굴을 아는 배우들이고 공간 설명과 소리, 음악이 배치돼 있으니까 잔상이 마음속에 남아요. 내가 상상했던 것이 조금 더 뚜렷해지는 느낌이 되게 좋더라고요.”

박정민은 이번 작품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전해지길 바랄까.

그는 장애인 독자들에게는 “출판을 하는 사람 중 누군가는 ‘우리를 고려하고 있는 사람이 있구나’, ‘우리를 먼저 생각해 주는 출판사가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아주 조금 기분이 좋아지셨으면 한다”며 “선물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비장애인 독자들에겐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 드실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며 “저희 취지를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건 없고 책 자체가 갖고 있는 힘을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자신에게 책이란 시절마다 다른 의미를 지닌다면서도 지금은 ‘장난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책을 좋아하다 보니 애호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 관련된 일을 정식으로 하니까 오히려 책이라는 매체의 의미가 무겁게 다가올 것 같더라”면서 “그러면 저는 이제 책이 안 좋아질 것 같다, 책이 너무 질릴 것 같아서 가볍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재미있게 ‘이렇게도 만들어 볼까’, ‘저렇게도 만들어 볼까’ 이런 식의 접근을 해보려 한다”고 했다.

향후 어떻게 출판사를 운영할 것인지 묻자 그는 출판사 운영 방침인 ‘소외된 것을 들여다보는 가치’를 강조했다.

“한 권, 한 권을 만들 때 ‘우리 출판사의 색깔을 잃어버리지 말자’ 이 정도만 지키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tide1@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509_0003170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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