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조기용 수습 기자 = 뉴시스는 한 주 동안 문화예술계 이슈의 중심에 선 인물들을 선정해 소개한다.
이번 주에는 동양인 최초로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Teatro alla Scala) 신임 음악감독으로 선출된 지휘자 정명훈과 사전 부고(訃告)장을 지인들에게 보낸 배우 박정자, 타계 1주기에 유고시집 ‘살아있는 것은 아름답다’가 발간된 고(故) 신경림 시인을 선정했다.
◆정명훈, 伊 라 스칼라 247년 역사상 최초 동양인 음악감독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세계 최고 권위의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을 맡게 됐다. 247년 극장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 음악감독이다.
라 스칼라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리카르도 샤이의 후임으로 정명훈이 선출됐다고 밝혔다. 임기는 오는 2027~2030년이다.
라 스칼라는 성명을 통해 “정명훈은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온 인물로, 한국에서 문화의 상징”이라고 평가하면서 “라 스칼라의 위상을 높여줄 인물”이라고 밝혔다.
정 지휘자와 라 스칼라의 인연은 깊다. 그는 1989년 라 스칼라 데뷔 이후 9편의 오페라에서 84회 공연·141회 콘서트를 지휘해, 역대 음악 감독으로 임명된 지휘자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횟수다. 또 2023년에는 라 스칼라 역사상 유일한 명예 지휘자로 선정됐다. 라 스칼라 극장 역사상 명예 지휘자로 위촉된 것도 정명훈이 처음이자 유일한 경우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정 지휘자는 피아니스트로 먼저 시작했다. 정 지휘자는 197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국제 콩쿠르에서 2위로 입상해 이름을 알렸다. 이 수상은 세계 무대서 한국인 연주자로서 최초였다.
1978년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부지휘자를 시작으로 지휘자의 길을 걸었다. 또 뉴욕 필하모닉,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을 거쳐 지휘 경력을 쌓았다. 이후 도쿄 필하모닉, 서울시립교향악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라에서 지휘자로 역임했다.
◆배우 박정자 “여든세 살 나의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배우 박정자가 최근 ‘부고(訃告): 박정자의 마지막 커튼콜’ 제목의 초대장을 지인 150명에게 보냈다. 배우 손숙, 송승환, 양희경과 정지영 감독, 손진책 연출가, 소리꾼 장사익 등이 초대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고장에는 “장례식은 엄숙해야 한다고 누가 정했을까요. 오늘만큼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는 대신 웃어야 합니다”라고 명시됐다. 그만큼 남다른 장례식을 예고했다.
가상 장례식은 25일 오후 2시 배우 유준상이 연출하는 영화 ‘청명과 곡우사이’의 촬영장인 강원 강릉 사천면 산대월리 순포해변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이날 장례식은 영화 속 장례식 장면 촬영을 겸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문객은 초대장을 받은 지인인 만큼 가상과 현실을 오간다.
박씨는 1962년 이화여대 문리대 연극반 시절 ‘페드라’로 연극에 입문해 올해 데뷔 63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키 큰 세 여자’, ‘나는 너다’, ‘햄릿’, ‘오이디푸스’ 작품 등 한 해도 빠짐없이 무대에 올라 ‘연극계 대모’로 불린다.
최근에는 2016년 영화 ‘마스터’에 출연했고 2018년 화제작 영화 ‘기생충’의 1차 예고 내레이션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고(故) 신경림 1주기… 유고시집 ‘살아있는 것은 아름답다’ 출간
지난해 작고한 시인 신경림 1주기를 맞아 유고시집 ‘살아있는 것은 아름답다’가 지난 14일 출간됐다.
시집은 신 시인이 살아생전 당시 각별했던 도종환 시인이 유족에게 자료를 받아 엮고 해설을 더했다. 시집에는 기존 문예지에 소개됐으나 작품집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시와 미발표 유작 등을 모아 60개 작품이 총 4부로 엮였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서민을 향한 연민과 애정을 담은 문체 특징이 이번 시집에도 담겼다. 도 시인은 지난 14일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선생님의 ‘한결같음’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참석한 고인의 아들 신병규씨는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글 쓰고 싶다’는 말씀을 반복했다”며 시에 대한 고인의 애정을 드러냈다.
신 시인은 1935년 충청북도 충주 출생으로, 1956년 20세의 나이에 작품 ‘갈대’로 등단했다. 다만 이후 10년간 활동을 중단했다. 그러다 ‘겨울밤’, ‘원격지’ 등을 발표하고 1976년 첫 시집 ‘농무’를 발간했다. 이 외 대표작으로는 ‘가난한 사랑의 노래’, ‘길’ 등이 있다.
한편 고인의 1주기 당일인 22일에는 고향 충주에서 신경림문학제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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