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국내 식품 업계의 올해 1분기 성적표가 ‘탈(脫)내수’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린 모습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식품사들이 수출 확대와 고환율 효과로 선방한 반면, 내수 중심의 식품사들은 원자재가가 뛰면서 줄줄이 악화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불닭’ 브랜드의 글로벌 열풍에 힘입어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
삼양식품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5290억원, 영업이익은 1340억원이다. 전년 대비 37%, 67% 각각 증가한 수치다.
특히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률은 25%에 달한다.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7% 상승한 424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3000억원을 돌파한 지 불과 세 분기만에 사상 처음으로 4000억원을 돌파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의 80%까지 확대됐다.
해외 법인별 매출은 미국이 62% 증가한 9100만 달러, 중국이 22% 늘어난 6억10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유럽은 1600만 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수출 지역 다변화에 따른 해외 비중 증가와 고환율 효과 등이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렸다”면서 “오는 6월 밀양2공장이 준공되면 생산 능력이 확대돼 해외 법인과의 시너지 효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 주력하는 오리온의 수익성도 개선됐다.
오리온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8018억원, 영업이익은 131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1%, 5.0% 성장했다.
한국 법인의 수출 물량이 급증하면서 해외 매출 비중이 68%로 커졌다는 게 눈에 띈다.
법인별로 보면 한국은 매출액이 4% 증가한 2824억원, 영업이익은 5.6% 늘어난 46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수출액이 23% 늘어난 영향이 크다.
중국의 매출액은 7.1% 성장한 3282억원, 베트남은 8.5% 증가한 1283억원, 러시아는 33.0% 늘어난 672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해외 법인의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법인의 수출액도 크게 증가하면서 글로벌 매출액이 확대됐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국내·외 공급 능력 확대를 착실히 추진하고 전 법인의 제품력과 영업력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한층 더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1304억원, 영업이익은 57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20.1% 늘었다.
원가의 효율적 운영과 함께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실적 개선, 유럽의 중국산 라이신 반덤핑 관세 부과에 따른 라이신 판매 단가 상승 및 판매량 증가가 주효했다.
업계 1위인 CJ제일제당 역시 해외 식품사업 성장세를 이어가며 내수 부진을 방어했다.
자회사인 CJ대한통운을 제외한 1분기 매출액은 4조3625억원, 영업이익은 246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7.8% 하락했다.
식품사업 부문 매출액이 3.0% 증가한 2조9246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해외 식품사업 매출이 1조4881억원으로 8.0%의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해외 매출 중에서는 북미 지역이 1조247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대표 브랜드 ‘비비고’의 글로벌 인지도 향상 덕택이다.
반면 내수 비중이 큰 식품사들은 줄줄이 수익성이 뒷걸음질 쳤다.
롯데그룹 주력 식품 계열사인 롯데웰푸드의 1분기 영업이익은 1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1%나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추정치) 200억~240억원을 대폭 하회한 것이다. 카카오를 비롯한 주요 원재료 가격 부담이 가중된 탓이 컸다.
롯데칠성음료의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31.9% 감소한 250억원에 그쳤다. 매출은 9103억원으로 2.8% 감소했다. 경기 침체에다 고환율로 인한 원재료 부담까지 겹친 결과다.
농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7% 줄어든 560억원, 오뚜기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5% 쪼그라든 575억원에 머물렀다.
프로야구의 인기를 업고 크보(KBO)빵이 불티나게 팔린 SPC삼립 역시 영업이익이 1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했다. 크보빵은 지난 3월 20일 출시돼 1분기 실적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빙그레의 영업이익은 135억원으로 36.2% 감소했다. 내수 부진 영향에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과 통상임금 적용에 따른 판매관리비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업계는 제품 가격 인상 효과가 나타날 2분기 말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내수 시장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 만큼 탈내수 흐름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분기를 저점으로 가격 인상 효과가 반영되면서 수익성의 점진적 회복이 예상된다”면서도 “한계에 봉착한 내수보다 해외에서 살 길을 찾는 기조는 더 강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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