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한국이 명품시계 격전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명품 시계 수요가 늘면서 브랜드 신규 론칭과 매장 리뉴얼 경쟁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끊이지 않자 ‘배짱 인상’을 서슴지 않는 경우도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모저앤씨(H. Moser & Cie.)’는 갤러리아백화점 서울 명품관에 국내 첫 단독 부티크를 열었다.
이는 전 세계 다섯 번째이자 국내 최초 단독 부티크다.
국내 시장의 관련 매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신규 브랜드 론칭이 이뤄진 것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의 집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럭셔리 주얼리·워치 매출은 연평균 21% 증가했다.
지난해 럭셔리 주얼리·워치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2019년(8%)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1~2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30% 이상 증가하며 전체 매출의 19%에 달했다.
럭셔리 주얼리·워치의 소비가 늘면서 업계에서는 매장을 확대하는 추세다.
롯데면세점은 명동본점의 프랑스 하이 주얼리 메종 ‘부쉐론(Boucheron)’ 매장을 새로 단장했다.
이번 리뉴얼은 최근 명품 시계·주얼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진행됐다.
롯데면세점의 올해 1분기 명품 시계·주얼리 카테고리 매출은 지난해 4분기 대비 약 13% 증가했다.
이에 부쉐론 명동본점 매장을 기존 11층에서 10층으로 이전하고 약 20평 규모로 4배가량 확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5일부터 25일까지 전국 13개 점포에서 ‘럭셔리 워치&주얼리 페어’를 진행했다.
명품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과 함께 ‘오늘이 가장 저렴한 날’이라는 소비자 인식이 퍼지면서 구매 고객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인기 명품 시계 브랜드들은 지난해 국내에서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롤렉스(ROLEX)의 한국 법인은 지난해 매출이 3426억원으로 전년보다 16.5%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도 108억원으로 134.8% 급증했다.
명품시계 브랜드들은 올해에도 국내 시장에서 연이어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스위스 명품 전문 그룹 리치몬트(Richemont) 산하 명품 시계 브랜드 IWC는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을 다음 달 9일 인상할 예정이다. 전 제품의 가격을 평균 7~8%가량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상은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약 3개월 만이다.
IWC는 지난 3월에도 전 제품의 가격을 평균 8% 정도 올린 바 있다.
대표적인 명품 시계 그룹인 스와치그룹의 브랜드들도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스와치그룹의 하이엔드 명품 시계 브랜드 브레게(Breguet)와 럭셔리 시계 브랜드 론진(Longines)이 다음 달 1일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 제품의 가격을 약 5% 인상한다.
지난 12일에는 스와치그룹 산하의 시계 브랜드 해밀턴(Hamilton)과 미도(MIDO)가 국내 제품 가격을 6~7%가량 인상했다.
지난달에는 명품 시계 브랜드 오메가(Omega)가 국내에서 전 제품 가격을 평균 3%가량 올렸다.
올해 1월 1일에는 롤렉스가 인기 모델인 데이트저스트 오이스터스틸·화이트골드 36㎜(Ref. 126234)의 국내 판매 가격을 기존 1292만원에서 1373만원으로 약 6.3% 올린 바 있다.
이렇게 명품 신품 시계 가격 인상 흐름이 계속 되는데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합리적 명품 구매’ 유행이 불다보니 중고 명품 시장으로도 수요가 많이 몰리는 양상이다.
특히 중고 명품 중에서도 사용하지 않은 사실상 새 제품이나 민트급 (Mint condition·신품에 준하는 중고 명품) 상태의 제품을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려는 ‘스마트족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아예 다량의 중고 명품 시계 물량을 확보해 특별 기획전까지 여는 오프라인 대형 쇼핑센터도 있다.
실제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아시아 최대 규모 민트급 전문 캉카스백화점은 최근 총 300억원대 물량의 롤렉스 명품시계를 공개하는 프리미엄 기획전을 열었다.
이 프리미엄 기획전은 여전히 글로벌 명품시계 시장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스위스 롤렉스의 인기 모델들을 위주로 사용하지 않은 새 제품과 민트급 상태의 제품만 선별해 전시·판매하는 특별 이벤트 성격이다.
롤렉스의 ▲서브마리너 ▲데이토나 ▲요트마스터 ▲GMT 마스터 ▲데이저스트 ▲데이데이트 ▲오이스터 퍼페츄얼 ▲서브마리너 스타벅스 등 희소성과 시세 안정성이 높은 모델들을 선보인다.
캉카스백화점은 지하 2층, 지상 12층에 100개 명품 매장 규모를 갖춘 대형 명품 쇼핑센터로,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중고 명품시계 시장에서도 많은 물량을 확보해 소비자가 한 번에 여러 상품을 비교해보며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더 신뢰할 수 있는 오프라인 대형 쇼핑센터가 각광받는 추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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