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기용 수습 기자 = 웃음을 잃어버린 왕자가 어릿광대와 마녀의 실랑이를 보고 웃음을 터뜨리자 이에 화가 난 마녀가 왕자에게 세 개의 오렌지와 사랑에 빠지는 저주를 내리면서 극은 시작된다. 국립오페라단의 올해 두번째 정기공연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은 왕자와 어릿광대가 세 개의 오렌지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카를로고치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프로코피예프가 작곡했다. 1921년 초연한 작품으로 국내에서 전막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은 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둡고 무거운 내용을 떠나 웃음으로서, 해학으로서 그동안 오페라를 즐기는 관객에게 즐거움을 전하기 위해 선택했다”며 초연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익숙한 작품을 탈피하고 레퍼토리를 확장해 많은 분에게 다양한 음악들과 다양한 오페라를 선보이고자 하는 의도”라며 “국내 초연으로 조금 낯설 수 있지만 동화적이면서 풍자와 유머가 가득해 이 작품을 보면 금방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럽이나 미국에 있는 유수의 오페라단만큼 수준 높은 작품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오페라단이 되고 싶었다”며 “단장에 부임하면서 20세기 오페라를 대한민국에서도 공연하고 관심 있는 분들의 니즈(욕구)를 충족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연출은 스위스 출신의 만하임 국립극장, 베를린 국립극장 등에서 활약한 로렌조 피오로니가 맡았다. 그는 “이번 극 자체가 코믹하다. 역사적으로 굉장히 의미있는 극이지만 entertain(오락적인) 요소가 많다”고 소개했다.
이어 “연습 내내 배우, 스태프가 항상 웃음이 터지기 일쑤다. 이것이 우리 극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이번 오페라는 한국적인 요소가 등장한다. 한 개의 막은 한국 거리를 배경으로 왕자와 어릿광대가 오렌지를 찾는 과정이 묘사된다.
피오로니는 “무대 디자이너인 파울 졸러가 장면을 위해 서울에서 카메라를 들고 비디오를 찍으러 다니고 있다”며 “연출은 프로젝터가 무대에 영상을 쏘는 방식으로 무대세트와 함께 비춰진다”고 설명했다.
지휘는 지난해 국립오페라단과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에서 호흡을 맞춘 지휘자 펠릭스 크리거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크리거는 이번 작품에 대해 “프리코피예프의 창조적인 세계에 여러 가지 다양한 음악적인 세계가 이 극에 포함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단원들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않았다.
크리거는 “(한국에서) 일할 때 즐겁고 기쁜 마음을 갖는다”며 “매번 느끼는 것은 모든 관계자가 전문적이다. 내가 신뢰할 수 있고 모두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고 했다. “진행 과정이 속도감 있는 점은 유럽에서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도 했다.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은 오는 26~29일 나흘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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