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뉴시스]이혜원 기자 = 프랑스 남부 해양도시 니스에서 열린 제3차 유엔 해양총회(UNOC)가 13일(현지 시간) 막을 내렸다.
미국의 심해 광물 채굴에 대한 규탄과 우려 목소리가 총회 내내 울린 가운데, 중국은 미국의 불참을 노려 해양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았다.
◆”심해, 서부 개척지 돼선 안 돼”…트럼프 ‘채굴 추진’에 국제사회 우려
이번 총회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심해 채굴’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심해 광물 개발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하는 등 드라이브를 건 데 따른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9일 개회식 연설에서 “일부 국가들이 해저 광물 채굴이라는 새 분야에서 길을 모색하고 있다”며 “심해가 서부 개척지(Wild West)가 돼선 안 된다”고 강력히 우려했다.
총회 공동 의장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그린란드도, 심해도, 남극도, 공해도 판매 대상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심해 생태계 등 환경에 대한 영향 평가가 이뤄질 때까지 개발을 중단하자는 노력도 있었다.
37개국은 “심해 채굴 전 생태계 탐사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며 예방적 중단을 요구했다. 23개국은 국제사회 차원의 행동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정작 당사국인 미국은 불참했다. 미국은 이번 총회에 앞서 개최국에 ‘미국은 대표단을 보내지 않는다’는 한 줄짜리 통보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에드 루소 환경 자문 태스크포스 의장이 참석했다. 미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기보다, 총회 동향을 ‘염탐’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中, 부총리 보내 적극 협조…생물다양성 협약 비준 도움도
반면 중국은 고위급인 한정 부주석을 대표로 보냈다.
한 부주석은 총회 첫날인 지난 9일 본회의 모두발언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지지하며 “모든 당사국은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다자주의에서 탈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고립주의’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중국은 개발도상국, 특히 소규모 도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해 양자 및 다자간 협력 프로그램을 실시할 것”이라며 약소국 지원 의사도 밝혔다.
특히 총회 공동 개최국인 프랑스가 야심 차게 추진한 ‘공해 생물다양성 보전'(BBNJ) 협정이 조속히 발효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지지 뜻도 표명했다.
실제 중국은 총회 기간 BBNJ를 포함한 협정 진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올리비에 푸아브르 다르보르 프랑스 극지·해양 대사는 13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진 않았지만 이번 회의에서 좋은 소식들이 있었다”며, 중국의 BBNJ 비준 약속을 그 예로 들었다.
유럽의 대규모 해양 탐사 프로그램인 ‘넵튠 미션’ 지원과 불법 어업 근절을 위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항만국 조치 협정'(PSMA) 비준 등도 거론했다.
푸아브르 다르보르 대사는 “중국은 실질적으로 이번 총회에서 우리가 기대했던 걸 제공했다”며 “중국은 BBNJ를 비준할 것이며, 많은 국가가 (그 방향을) 따라갈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中, 차기 총회 개최 노리나…현재로선 ‘韓-칠레’ 공동 개최 유력
중국이 이번 노력에 이어 차기 총회 유치에 도전, ‘해양 거버넌스’ 리더국이 되겠다는 야망을 표출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2028년 열리는 제4차 UNOC 유치전에 뒤늦게 뛰어들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지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불법 어업 등 부적절한 해상 활동과 지정학적 균형 등이 고려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개최국은 한국과 칠레다. 일반적으로 UNOC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공동 개최한다. 이번 총회도 프랑스와 코스타리카가 진행했다.
한국은 총회에서 그간 해양 관련 국제 행사를 주도해 온 점을 조명하며, 해양 분야 선도국이 될 역량과 경험을 모두 갖췄다고 설득했다.
정부 대표인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도 본회의 모두발언에서 “한국은 국제적 노력을 진전시키기 위한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유엔 측도 한국의 총회 유치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리준화 유엔 사무차장 겸 UNOC 사무총장은 13일 폐막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칠레는 국가 역량을 바탕으로 다음 총회 개최를 위한 약속을 발표했다”며 “이번 총회에서 생성된 긍정적인 모멘텀이 차기 총회로 확대되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한국과 칠레의 협력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제기되는 우려와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더 넓은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차기 총회 개최지는 연말 유엔 총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본 기사는 언론진흥재단 취재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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