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포스트 미니멀리즘 조각의 선구자 조엘 샤피로(Joel Shapiro)가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전속 갤러리인 페이스(Pace Gallery)는 샤피로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지병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공식 발표했다.
샤피로는 직육면체 조합으로 마치 춤추는 사람같은 조각을 만들어온 미국의 세계적인 조각가다.
1970년대 미국 미술계에 등장해 금속과 목재, 도료를 활용한 추상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조각으로 미니멀리즘의 엄격함을 비틀고 확장시킨 인물이다. 산업 재료를 활용하되 그것을 유쾌하고 감성적인 형태로 전환해, 날렵하게 뻗은 직선 구조물이 팔다리를 형상화한 인체 조각은 그의 시그니처가 됐다.
그는 “조각이 때로는 인체처럼 보이고, 또 다른 순간에는 단순히 나무토막들의 결합처럼 보이는 경계 상태에 흥미를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조각은 종종 목재로 먼저 구성된 뒤 청동이나 알루미늄으로 옮겨졌으며, 일부는 생생한 색감으로 채색되었다. “채색은 미니멀리즘에선 금기였지만, 나는 그것을 흔들고 싶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1941년 뉴욕 퀸스에서 태어난 샤피로는 뉴욕대학교(NYU)에서 자유예술학을 전공한 뒤, 1965~67년 평화봉사단(Peace Corps)으로 인도 남부에 체류했다. 그는 “예술가로 살겠다는 결심은 그때 확고해졌다”고 회상했다. 귀국 후 NYU 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고, 1969년 휘트니 미술관의 기획전 ‘Anti-Illusion: Procedures/Materials’에서 에바 헤세, 브루스 나우만 등과 함께 포스트 미니멀리즘을 주도하며 이름을 알렸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샤피로는 1994년 서울 갤러리 서미 개인전을 통해 처음 국내에 소개됐으며, 2008년에는 가나아트에서 서울과 부산을 순회하는 전시를 열었다. 2021년에는 페이스갤러리 서울의 확장 개관전을 통해 신작 조각을 선보이며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났다.
샤피로는 “내 작업은 나뭇가지를 굽혀서 만든 것 같은 추상적인 언어”라며 “예술은 분석적이거나 지적이지 않다”고 했다.그는 지난 2008년 한국 전시회에 내한 “가끔 어린 아이들이 내 작품 앞에서 동작을 흉내내기도 한다”면서 “작품에 나타나는 움직임은 사고의 표출이며 경험에서 비롯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의 대표작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옥상, 미국 홀로코스트 박물관 등 세계 주요 공간에 설치됐고, 작품은 뉴욕 휘트니미술관, 런던 테이트,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스톰킹 아트센터 등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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