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서울 아파트값이 6년 9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강남발 집값 상승 여파가 서초·송파 등이 속한 동남권은 물론 은평·서대문 등이 속한 서북권 등 서울 전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강남 등 상급지의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강북권에서도 이른바 ‘키 맞추기’ 현상이 진행 중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 이후에도 등락을 반복하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의 집값마저 본격적인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강남3구·용산구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풍선효과’와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추가 상승 우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불확실성 등이 이른바 ‘패닉바잉(공황구매)’으로 이어지면서 서울 전역이 불장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서울 아파트값이 20주 연속 상승하며 6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달 셋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6% 상승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9월 둘째 주(0.45% 상승)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의 상승 폭이 뚜렷했다. 성동구가 0.76% 올라 2013년 4월 다섯째 주 이후 약 12년 2개월 만에, 용산구는 0.71% 올라 2018년 2월 셋째 주(0.61%) 이후 7년 4개월 만에 최대 상승했다. 마포구는 0.66% 오르며 통계 집계 이래 최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또 강남구는 0.75%, 서초구는 0.65% 상승하며 지난 3월 셋째 주(강남 0.83%·서초 0.69%) 이후 13주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동산원은 “재건축 추진 단지 및 대단지 등 선호단지 중심으로 매도 희망가격이 상승하고, 매수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며 “상승 거래 사례가 포착되는 등 서울 전체적으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도강 지역에서 신고가가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월계동 동신아파트(전용면적 84㎡)는 지난 4일 7억9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종전(7억4500만원) 거래와 비교하면 4500만원 상승했다. 또 중계동 중계 한화꿈에그린 더 퍼스트(전용면적 121㎡)는 지난달 12일 종전 거래보다 1억2900만원 오른 13억29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주택 매수세도 급증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집합건물(아파트·빌라 등) 소유권 이전(매매) 등기를 신청한 매수인은 총 1만568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월(8820명) 대비 77.8%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30대 매수는 2302명에서 4651명(102%)으로, 40대(4658명)는 77%, 50대(3314명)는 75% 증가했다. 20대(591명)와 60대 이상(2428명)도 각각 46%, 56% 상승했다.
주택 매수 심리도 회복세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정책연구센터가 발표한 ‘2025년 5월 부동산 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매매 소비 심리는 전월 대비 11.0포인트(p) 상승한 131.5를 기록했다.
부동산 소비자심리지수는 부동산 중개업소와 일반 가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소비자의 행태 변화 및 인지 수준을 0~200의 숫자로 수치화한 것이다. 수치가 95 미만이면 하강 국면, 95~115 미만이면 보합, 115 이상이면 상승 국면으로 구분한다.
서울의 주택 매매 소비심리는 지난해 7월 140.6으로 최고치를 찍은 뒤 내림세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선 서울시가 토허제 해제를 시사하면서 1월 110.4로 반등한 뒤 토허구역이 해제된 2월 124.7, 3월 136.1로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후 3월24일 강남3구와 용산구로 토허구역이 확대 재지정된 뒤 4월 120.5로 하락했다가 지난달 반등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서울 내 중저가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키 맞추기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금리 인하 분위기에 오는 7월 3단계 DSR 시행 전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실수요자 늘면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지역에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2만4400가구로, 올해(4만6710가구)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축소 우려가 현실화되면 집값이 우상향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부족 불안과 하반기 대출 규제 강화 우려 등으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서울 외곽 중심으로 주택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주택 공급 부족 우려 심리가 팽배한 상황에서 강남 집값이 급등하면서 비강남권 아파트값이 저렴하다고 느끼는 착시현상으로, 서울 외곽과 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값이 키 맞추기를 하고 있다”며 “서울 외곽지역은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에 민감한 지역으로, 내달부터 3단계 DSR이 본격 시행되면 집값 상승 폭이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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