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우리 삶 속에서 가장 가까운 벗이면서도 맛으로 영원히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차(茶)’다.”
차를 수행으로 살아온 수행자이자 다인(茶人)으로 알려진 원학 스님이 2일 열린 ‘내 마음속 차 향기여! 해와 달을 품고 있네’ 출판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다경(茶經)인 ‘다부(茶賦)’를 번역하게 된 동기를 이같이 밝혔다.
책 ‘내 마음속 차 향기여! 해와 달을 품고 있네’는 원학 스님이 조선 전기 유학자 한재(寒齋) 이목(1471~1498)이 지은 ‘다부(茶賦)’를 옮겨서 풀어 쓴 해설서다.
조선 전기 무오사화에 휘말려 스물여덟 해의 짧은 생을 살다 간 이목은 고요하고 맑은 정신세계를 좇았던 인물이다.
원학스님은 한학자 시선이 아닌 차를 삶의 벗으로 삼아온 다인의 시각으로 ‘다부’를 다시 읽고 오늘날의 언어로 옮겼다. 단순히 한문을 현대어로 옮기고 해설한 것이 아니라 차를 통해 삶을 배우고, 사람을 대하고, 세상을 이해하려는 수행자의 눈으로 풀어냈다.
원학스님은 “‘다부’ 원문으로 1년 반 정도 강의하다 보니 차와 관련되지 않는 내용이 너무 많이 삽입돼 다인인 나도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일반인들은 더 어렵겠다 싶어 차에 쉽게 접근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새로 한 번 번역해야겠다 생각했다”며 “‘다부’의 내용은 1300여 자밖에 되지 않지만 한재 선생의 내용 뿐만 아니라 차와 관련된 시(詩)라든가 그 일화라든가 그런 내용을 모으고 해설도 싣게 됐다”고 소개했다.
원학스님은 이목이 차를 벗으로 삼은 이유로 ‘완상(玩賞)’와 ‘미감(味感)’을 꼽았다.
원학스님은 “‘완상’에서 ‘완’은 ‘즐겁다’, ‘상’은 감상한다는 뜻인데 차 마시면서 즐겁게 감상해야 한다”며 “영원한 맛을 차 속에서 찾을 수 있지 다른 데서 찾을 수 없다고 단언한 이 사람(이목)이 그 미감을 ‘차우(茶友)’라고 표현했다. 이 사람이 나이 불과 27살 때 그 내용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고 평가했다.
커피 문화에 빠진 스님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원학 스님은 “우리가 사회에 나오면 커피 문화가 만연돼 있어 커피를 접할 수밖에 없는데 최소한 산사에서 만은 커피보다는 전통 수행법인 ‘끽다거(喫茶去)’ 정신을 왜 스님들이 좀 솔선수범하지 않나 굉장히 안타깝다”며 “스님들에게 좀 알려줘야 하겠다고 생각해 책을 쓰게 됐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차를 그냥 마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한 모금을 입안에 넣어서 음식을 먹듯이 그 맛을 느끼듯이 차 속에도 깊은 맛을 느껴지니 스님들이 이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도 문화를 음료 문화 즉 커피 문화나 일상생활 속에서 토산차 문화와는 같은 선상에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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