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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그림책, 세상 비추는 거울”… 파를랑주 “독자의 상상력으로 완성”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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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한국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가 서울에서 마주 앉았다. 한국인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은 이수지(51)와 볼로냐 라가치 상을 받은 아드리앵 파를랑주(42)가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14일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의 대담 프로그램에서 그림책의 형식과 창작 방식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수지는 그림책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그림책이 어린이를 독자로 하지만 결국 세상을 똑바로 비추는 거울이어야 한다”면서 “모두의 이야기는 결국 누구의 이야기도 아니고, 너무 큰 이야기는 아무의 이야기도 아닐 수 있다”며 대상을 지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지의 ‘춤을 추었어'(안그라픽스)는 이번 축제의 주제 도서다. 이 책은 전쟁과 아이들의 삶을 비춘다. 얼굴에 검은 재가 묻어있는 한 아이로 시작하는데, 이는 전쟁을 겪고 현장을 벗어난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마지막은 하늘에는 폭죽이 터지고 있지만 그 아래에는 미사일로 폐허가 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수지는 우연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기사에 불꽃놀이 사진이 잘못 첨부된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이수지는 “아이언돔이 로켓포를 요격하는 장면과 불꽃놀이 사진을 보고 언뜻 구분을 못했다”며 “이런 시대를 살아가며 희생되는 아이들을 그림책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파를랑주는 “독자의 상상력이 결합할 때 비로소 그림책이 완성된다”면서 “독자들의 (해석의) 몫을 남겨두기 위해 어떤 것을 그리지 않는 결정을 하고,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파를랑주의 대표작 ‘리본’에서는 책 가름끈과 그림이 조화돼 독자의 상상력을 부추긴다. 책 속 번개가 등장하는 장면에 책 가름끈이 책 하단까지 이어져 마치 번개가 떨어지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는 “독자들과 함께 협업하는 공간이 그림책이라는 게 마음에 든다. 제가 그림을 그리고 독자들은 공동작가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작가는 작업 방식에 있어 내용보다 형식을 먼저 떠올린다는 데 공감했다.

파를랑주는 “그림책은 무제한적인 실험 공간”이라며 “페이지수, 판형, 종이 등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다채롭다. 그림책은 무한한 잠재성이 있다”고 했다. 타공(打孔)을 한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봄은 또 오고’를 탄생시켰다. 구멍으로 페이지 앞뒤가 보이기 때문에 추억을 소재로 했다.

이수지는 ‘그림자놀이’를 언급하며 “책으로 무엇을 이야기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접히는 판형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어울리는 소재가 ‘그림자’였다”고 했다. 또 긴 판형에는 바다가 어울려 ‘파도야 놀자’를 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음악에서도 영감을 얻는데, ‘춤을 추었어’는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볼레로’에서 착안했다. 이수지는 “(초기 악장의) 스네어 드럼의 작은 소리로 시작해 플루트, 오보에 등 관악기가 하나씩 쌓이면서 마지막에 징 소리와 함께 와장창 끝나는 구조가 마치 폭죽이 터지는 장면을 연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담에서 파를랑주는 그림책 영역이 디지털 매체로 확장되는 흐름에 대해 경계했다.

그는 “종이에 대한 애착이 있어 e북(전자책) 쪽으로 넘어가고 싶지 않다”면서 “책은 종이, 잉크, 풀, 실 등으로 구성됐고, 이 모든 것들이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놀고 사용한 것이라 책이 더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계속해서 그림책을 집필하고 싶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xcuseme@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914_0003328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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