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네오 클래식 거장’으로 통하는 독일 태생 영국 작곡가 막스 리히터가 자신의 역작이자 클래식 음악사의 기념비적 앨범 ‘슬립(Sleep)’의 발매 10주년을 맞아 새 앨범 ‘슬립 서클(Sleep Circle)’을 발매했다고 유니버설뮤직이 16일 밝혔다.
2015년에 발표된 ‘슬립’은 음악, 신경과학, 예술, 그리고 인간의 경험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결합한 획기적인 작품이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피로사회’에서 영감을 받아 그의 창작 파트너 율리아 마르와 현대인의 끊임없는 긴박함에 대한 해독제로 구상했다.
러닝타임이 8시간30분에 달하는 대작이다. 클래식 음반으로는 최초로 10억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현재 그 숫자는 22억 회를 넘어섰다.
이 음악적 탐구는 소리와 잠든 정신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살펴보며, 초저음(subsonics)과 반복의 효과를 통해 느린 파동 수면(slow wave sleep)을 강화하는 방식을 실험한다.
이번에 발매되는 ‘슬립 서클’은 90분간의 여정이다. 뇌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수면으로 전환되는 시기이자 개인이 꿈을 꾸는 단계 ‘최면적 전이 상태(hypnagogic state)’를 탐구한다.
리히터는 지난 2023년 ‘슬립(SLEEP)’의 축약판을 라이브로 연주하면서 자신의 대작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었다. 곡들을 보다 전통적인 구조로 접근했고 그 결과물이 이번 앨범이다.
유니버설뮤직은 “90분의 러닝타임은 일반적인 렘(REM) 수면 주기의 길이가 90분이라는 데에서 온 것이다. ‘슬립’이 한 밤의 완전한 수면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라면, ‘슬립 서클’은 깊은 잠의 한 순간을 위한 배경을 제공한다. 꿈을 꾸기에 완벽한 ‘무대 장치’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슬립’은 또한 밤새 이어지는 공연으로도 특별한 문화적 경험을 제공했다. 잠을 자면서 감상하는 이 공연은 콘서트와 아트 인스톨레이션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을 받았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파리 필하모니, 만리장성 등 상징적인 장소에서 열려왔다.
이번 ‘슬립 서클’ 발매를 기념해서는 지난 5~6일 영국 런던 알렉산드라 팰리스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슬립 공연’이 열렸다. 2017년 이후 리히터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런던 ‘슬립’ 공연이었다.
국내에서는 오는 26일 오후 7시30분 CGV 용산 아이파크몰 템퍼시네마에서 ‘슬립 서클(Sleep Circle) 스크리닝 이벤트’가 열린다. 다방면에 박학다식한 임희윤 음악평론가의 음악 이야기, 이유진 서울대학교 수면의학센터장의 음악과 수면의 관계에 대한 토크 등이 마련된다. ‘슬립 서클’ 전곡 연주 영상도 감상한다. 오는 17일까지 유니버설뮤직카카오톡 채널 친구추가를 통해 참여 신청 이벤트가 진행된다.
리히터는 전통적 오케스트레이션과 현대적 전자 요소를 매끄럽게 결합하는 능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깊은 인간적 경험을 음악으로 표현해 전 세계적인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지금까지 30억 회 이상의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도 협업했다. 킴 존스를 위한 디올 쇼 음악 작업부터 웨인 맥그리거 안무의 발레 음악 작곡, 드니 빌뇌브, 마틴 스코세이지, 아리 폴만 감독과 함께 영화·TV 음악 작업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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