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전상우 수습 기자 = 일본으로 유출됐던 대구 달성 용연사의 불화 ‘영산회상도’와 ‘삼장보살도’가 27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왔다.
대한불교조계종은 25일 경기 양평 불교문화유산보존센터에서 ‘달성 용연사 불화 환수 언론 공개회’를 열고 환수 과정과 의의를 설명했다. 당초 성보(聖寶)의 보존상태 문제로 영산회상도만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삼장보살도 함께 공개됐다.
조계종 문화부장 성원스님은 간담회에서 “행방이 묘연하던 영산회상도와 삼장보살도가 3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에서야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며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왔다는 것은 후대에 온전히 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연사 주지 능도스님은 “모든 것이 결실을 맺는 풍요로운 좋은 계절에 도난당했던 영산회상도와 삼장보살도를 다시 견하게 돼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며 “일본인 소장자의 결단이 없었다면 영산회상도와 삼장보살도를 다시 친견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환수된 불화 2점은 1998년 9월30일 용연사 극락전에서 도난당한 이후 행방이 묘연했다. 그러다 올해 초 일본의 한 소장가가 종단에 기증 의사를 밝히면서 소재가 파악됐다. 조계종은 지난 7월 일본 현지를 방문해 소장자와 기증에 합의하고 8월6일 국내로 반입해 센터로 이운을 완료했다.
영산회상도는 1731년에 그려진 대형 불화로 가로 3.35m, 세로 4.45m의 크기다. 1728년 용연사 대웅전 중창(重創) 후 1731년 불화 조성 불사가 진행됐다. 이때 영산회상도를 비롯해 관음보살도, 제석천도 등 5점이 봉안됐는데 현재는 유일하게 영산회상도만 남아있다.
영산회상도의 화승은 설잠스님으로, 이번 환수를 통해 설잠스님이 수화승으로서 그린 불화임이 처음 밝혀졌다. 이에 영산회상도에서는 18세기 전반에 유행했던 의겸스님이나 임한스님의 화풍과는 차별된 독특한 화풍이 나타난다.
보조화승으로는 통도사, 직지사, 미황사 등에서 활동했던 포근·세관·설심스님이 참여했다. 또한 영조의 장남 효장세자 부인인 빈궁 조씨가 시주자로 유일하게 참여한 사례다.
삼장보살도는 수탄스님이 조성했으며 1744년 봉안된 가로 3.30m, 세로 3.25m 크기의 불화로, 천장보살의 표현에 변화를 주고 권속을 풍부하게 나타냈다. 18세기 전반 의균스님의 제자인 체준스님 등이 조성한 동화사 삼장보살도를 계승·발전시킨 완성도 높은 불화로 꼽힌다.
이러한 이유로 두 불화는 불교사적·미술사적 가치가 높아 국가지정문화유산급으로 평가된다. 다만 훼손이 심각해 다시 용연사로 돌아가는 데에는 최소 1년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불교문화유산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혜공스님은 “지금 보존처리에 인력을 고스란히 투입해도 1년 정도는 걸린다”며 “다른 과업을 수행하며 보존처리를 수행하면 최소 1~2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인 기증자와 관련해서는 “본인의 신분이나 그런 걸 알리고 싶지 않아 (개인정보를) 전부 비밀로 하는 조건으로 했다. 그래서 저희도 궁금했으나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증자는 “성보이자 문화유산인 이 불화 2점이 본래의 자리로 환지 본처하기를 바란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조계종은 2점의 보존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해 용연사와 불교문화유산보존센터와 협의 후 보존처리 계획을 수립하며 성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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