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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숨통을 트는 예술…’공실’에서 피어나는 문화 공간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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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도심 곳곳의 텅 빈 건물, 이른바 ‘공실(空室)’은 도시의 활력을 저해하고 미관을 해치는 애물단지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버려진 공간에 예술과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어 도시의 새로운 활력소로 탈바꿈시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낡고 오래된 공실들이 갤러리, 공연장, 작업실, 복합문화공간 등으로 재탄생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의 공실이 예술 공간으로’ 변모하는 현상은 단순히 건물의 용도 변경을 넘어, 도시 재생과 문화적 가치 창출이라는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다.

◆공실, 도시의 흉물에서 기회의 땅으로
수십 년간 이어진 도심 공동화와 상권 변화는 수많은 공실을 낳았다. 임대료 부담과 상권 쇠퇴는 빈 점포를 늘렸고, 이는 다시 도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예술가들과 지역 커뮤니티는 이 공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예술가들에게 저렴한 공실은 작업실이나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기 좋은 대안이 되었으며, 시민들에게는 색다른 문화 경험을 제공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러한 공실 활용은 단순히 건물을 채우는 것을 넘어선다. 낡은 공간이 가진 역사와 흔적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획일적인 상업 공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이와 매력을 부여하며, 해당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국내외 공실 재활용 성공 사례
도시 공실을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국내외 성공 사례들은 그 파급력을 잘 보여준다.

독일 베를린 ‘문화 양조장(Kulturbrauerei)’: 동독 시절의 양조장이었던 거대한 건물이 재개발을 통해 영화관, 극장, 갤러리, 레스토랑 등이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이곳은 연간 수백만 명이 방문하는 베를린의 대표적인 문화 명소이자 도시 재생의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는다.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템스 강변의 뱅크사이드 화력 발전소를 리모델링하여 현대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킨 사례다. 버려진 산업 유산이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탈바꿈하며 런던의 문화 지형을 바꾸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서울 ‘대림창고 갤러리 컬럼’: 성수동의 낡은 정미소와 창고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대표적인 사례다. 거대한 규모와 빈티지한 인테리어는 예술 전시, 공연, 카페 등으로 활용되며 성수동 문화 거리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부산 영도 ‘피아크(P.ARK)’: 조선소의 폐공장을 개조하여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으로, 카페, 갤러리, 전시장이 어우러져 부산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이곳은 낡은 산업 시설이 가진 고유의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을 접목해 방문객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전국 ‘빈집 활용 예술 프로젝트’: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자체가 연계하여 추진하는 빈집 활용 예술 프로젝트는 지역의 낡은 빈집을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 전시 공간,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여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문화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도, 강원도 등에서 다양한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다.

◆공실의 예술화가 가져올 미래와 과제
공실의 예술 공간화는 도시의 유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하며,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해법이 되고 있다. 이는 도시의 물리적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예술 공간으로 활성화된 지역에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발생하여 원래의 예술가나 소상공인들이 쫓겨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공실 재생 프로젝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임대료 안정화 정책, 지역 주민과 예술가의 상생 모델 구축 등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도시 공실은 더 이상 버려진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와 활력을 불어넣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도화지이다. 예술과 기술, 그리고 시민의 참여가 어우러질 때, 도시의 공실은 미래 도시의 지속 가능한 문화 자산으로 거듭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mkim@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924_000334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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