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읽기는 가능하지만, 완벽한 해석은 불가능에 가깝죠. 오독은 피할 수 없고, 그로 인해 균열이 생깁니다.”
구병모(49) 작가의 신작 장편 ‘절창'(문학동네)은 이 근원적인 질문에서 비롯됐다.
서면으로 만난 그는 “작가 생활 내내 붙잡아 온 이같은 고민을 이번 작품에 접붙였다”며 소설의 출발점을 설명했다. ‘절창’은 출간 직후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절창(切創)’은 ‘베인 상처’를 뜻한다. 제목 그대로 주인공 ‘아가씨’는 상처에 손을 대는 순간 타인의 기억과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을 지녔다. 그러나 이 특별한 능력은 삶을 지켜주기보다 오히려 이용당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보육원 출신인 아가씨는 사업가 오언에게 맡겨지고, 오언은 보호자라기 보다 소녀의 능력을 탐하는 인물이다. 여기에 오언이 고용한 독서 교사 ‘나’가 개입하면서 세 인물의 시선이 얽히고 균열을 낳는다.
구 작가는 “우리는 말하고 싶은 것만을 말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며 “무언가를 판독하는 순간 오독을 인정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판독한 결과를 사실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그 무엇을 바라보든 그것이 타인의 인식·의식·경향과 불일치하는 경험을 계속해왔고, 그 과정에서 오독은 필연임을 깨달았다”며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왜곡과 변형, 취사선택”이라고 했다. 결국 ‘절창’은 읽기라는 행위 자체를 의심하고, 해석의 불완전성을 드러내는 장치다.
작품 곳곳에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한여름 밤의 꿈’ 등 고전 구절이 인용된다.
구 작가는 “모두가 아는 텍스트를 끌어오는 것이 효과적인 상호텍스트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역사, 사랑, 배신 등 없는게 없는 셰익스피어는 ‘읽기를 읽는’ 이야기에서 예로 들기 가장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구병모는 2008년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이후 ‘아가미’, ‘고의는 아니지만’,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단 하나의 문장’ 등 몽환적 판타지를 펼쳐내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오늘의작가상, 김유정문학상, 김현문학패 등을 수상했고, 장편 ‘파과’는 뮤지컬과 영화로 제작돼 대중적 확장성도 입증했다.
그는 소설의 영상화에 대해선 크게 관심이 없어보였다.
“소설을 쓰면서 소설 바깥의 매체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소설의 영상화에 대한 입장은 언제나 하나입니다. 그 분야(영화)에 일체 관여하거나 욕망을 갖지 않지만 인연이 자연스럽게 닿으면 환영한다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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