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세계적 화랑 페이스(Pace Gallery)가 이달 홍콩 전시장을 철수한다.
최근 미국 미술전문매체 아트뉴스(ARTnews)에 따르면, 페이스는 홍콩 H 퀸스(H Queen’s) 빌딩의 임대 계약 만료에 따라 갤러리 공간을 정리하고, 사무소만 유지할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알레한드로 피녜이로 벨로(Alejandro Piñeiro Bello) 개인전이 18일 종료되면 전시장은 문을 닫는다.
페이스 측은 “해당 공간이 더 이상 우리의 활동 목적에 부합하지 않아 계약 만료에 맞춰 정리하기로 했다”며 “다만 홍콩과 베이징 사무소는 그대로 유지하고, 향후 새로운 공간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페이스 홍콩은 2014년 홍콩 페더 빌딩에 진출한 뒤 2018년 H 퀸스로 이전했으나,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 본토 컬렉터 수요 감소로 현지 미술시장이 위축됐다. 앞서 하우저앤워스, 펄람, 화이트스톤 등도 같은 빌딩을 떠났다.
한편, 국내 법인 페이스아트코리아도 지난해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미술업계에 따르면 페이스아트코리아의 2023년 매출은 219억 원으로, 전년(506억 원) 대비 57%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79%, 84% 줄어든 13억 원, 1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며, 보유 현금자산은 225억 원에서 139억 원으로 감소했다.
업계는 글로벌 미술시장 침체와 국내 거래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페이스 서울은 지속된다.
한국 미술시장의 호황 속에 2017년 3월 이태원에 개관한 페이스는 2021년 5월 한남동 르베이지 빌딩으로 확장 이전하며 몸집을 키웠다.
총 240평 규모의 공간을 갖춘 서울 지점은 현재 이영주 디렉터가 운영을 맡고 있으며, 오는 28일부터 ‘아돌프 고틸레브 & 김환기’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페이스갤러리는 미국 뉴욕을 거점으로 전 세계 8개 도시에서 분점을 운영하는 글로벌 메가 화랑이다.
뉴욕에만 세 개의 전시 공간을 두고 있으며, 런던·제네바·도쿄·베를린·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국제 거점에 진출해 있다. 2008년 베이징, 2014년 홍콩, 2017년 서울로 이어진 아시아 진출의 흐름 속에서, 이번 홍콩 철수는 ‘블루칩 갤러리도 불황 앞에 예외는 없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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