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공중에 매달린 후프에 발끝만 걸친 아티스트가 거꾸로 몸을 늘인다. 유영하듯 공중을 비행하는 그는 자유자재로 후프를 넘나들며 우아하고도 강렬한 곡예의 순간을 만들어 낸다.
7년 만에 한국을 찾은 ‘태양의서커스-쿠자(KOOZA)’의 ‘에어리얼 후프’ 공중 액트의 한 장면이다.
제이미슨 린덴버그 예술감독은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단지 ‘태양의서커스’가 아닌 ‘서커스 중의 서커스’로 불리는 쿠자가 돌아왔다”며 “기쁨과 즐거움, 흥분을 모두 맛보시길 바란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쿠자’는 ‘태양의서커스’ 중에서도 가장 대담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2007년 첫선을 보인 후 전 세계 23개국 70개 도시 이상에서 5000회가 넘는 공연을 펼쳤고, 누적 관객수는 800만 명에 달한다.
한국에서는 2018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앞서 8월21일부터 9월28일까지 부산 공연이 이뤄졌고, 지난 11일에는 서울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공연은 7년 전 포함되지 않았던 ‘에어리얼 후프’를 비롯해 아티스트가 극한의 유연성을 선보이는 ‘컨토션’, 공중 묘기의 진수를 펼치는 ‘샤리바리’ 등으로 구성됐다.
‘쿠자’는 상자 또는 보물을 뜻하는 고대 인도의 산크리스트어 ‘코자(KOZA)’에서 유래했다.
린덴버그 예술감독은 “보물과 함께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러분이 느낄 수 있는 고난과 역경을 함께 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주연 캐릭터 중 하나인 이노센트는 자아를 찾기 위해 극 중 긴 여정을 떠난다. 그런 모습을 통해 이 상자에서 어떤 보물 이야기가 펼쳐지는지 함께 보면 좋을 것”이라고 보탰다.
그는 ‘태양의서커스’의 꾸준한 흥행 비결로 ‘전통’을 짚었다.
린덴버그 예술감독은 “감동도, 재미도, 위험한 요소를 모두 아우르는 동시에 전통적인 서커스 요소들이 빠지지 않고 주가 되기 때문”이라며 “이런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는 데는 피땀 흘린 노력과 전통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극 중에서는 항상 ‘휴먼, 인류애’를 중요 테마로 삼고 있다. 우리의 여러 캐릭터들은 선택의 기로, 밝음과 어둠, 죽음과 삶 등의 기승전결을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화가 아닌 수동으로 모든 세트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린덴버그 예술감독은 “2025년에도 모든 세트는 수동으로 돌아간다. 단 한 번이라도 호흡이 틀리면 이뤄질 수 없는, 옛날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작품이다. 그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연에는 54명의 아티스트들이 출연한다. 이들을 포함해 140여 명의 대규모 인원이 투어에 참여한다. 이 때문에 ‘태양의서커스’ 투어는 움직이는 마을로 표현되기도 한다.
샤리바리 아티스트 리자 호리스토프는 “보통 가족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며 “아직 돌이 안 된 아들도 이곳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남편도 공연의 도구를 담당하며 같이 지내고 있다”며 웃었다.
‘컨토션’에 참여하는 몽골 출신의 아티스트 닌진 알타호야크는 이날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뽐내 눈길을 끌었다.
어릴 적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는 닌진은 “세 살에 암에 걸렸는데, 몽골에서 치료가 안 돼 한국에 왔다. 엄청 빨리 낫게 해줘서 한국에 정말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그는 “컨토션은 몽골의 전통 예술이다. 다섯 살쯤에 TV로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컨토션을 배우며 너무 힘들었지만, 스스로 뿌듯했다”며 “‘태양의서커스’는 서커스아티스트들의 꿈이다. 그 꿈을 이뤄서 너무 뿌듯하고 감사하다”며 활짝 웃었다.
‘태양의서커스’의 아시아 투어를 이끌고 있는 김용관 마스트 인터내셔널 대표는 “한국의 문화와 K-컬처를 가지고 ‘태양의서커스’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그런 기회를 통해 한국 크리에이터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번 서울 공연은 12월 28일까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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