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우리나라 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광물 수출 통제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첨단산업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는 산업통상부 차관 주재로 ‘범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연내 ‘희토류 공급망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등 중국의 광물 무기화에 대해 우리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총력 대응체계 가동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정부 차원에서 핵심 광물 공급망 강화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자원의 해외 개발과 비축에 있어 국가적 차원에서 명확한 방향 제시와 지속가능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17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희토류에 이어 배터리 소재에 대한 수출을 통제를 강화한다. 다음 달 8일부터 인조흑연 음극재, 천연흑연, 고성능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등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를 대상으로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한다.
중국은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와 통상 압박이 심화되자 역외 수출 통제 조치를 배터리 분야로 확대했는데 이 같은 조치는 미국의 배터리 산업 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하는 인공지능(AI) 산업도 정조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4대 핵심 배터리 소재 점유율은 양극재 81%, 음극재 92%, 분리막 80%, 전해액 83%에 달하고 미국의 중국 소재 의존도는 전체 사용량 대비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우리나라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의 경우 희토류,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첨단산업 필수 광물의 95%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구조를 보이고 있는데다 일부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95%를 상회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산 소재 의존도 완화를 위해 단기 및 중장기 대응 전략을 추진했고 대체 공급처 발굴에 나섰지만 일부 품목의 경우 대체품 찾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하소연한다.
중국의 광물 수출 통제는 이전에도 간헐적으로 시행된 바 있었고 역대 정부에서 공급망 리스크 감소를 위한 정책을 펼쳐왔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는 자원안보 측면에서 취약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변하는 정책이 문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에선 자원안보를 국가전략 과제로 삼고 자원외교와 해외자원개발을 대규모로 추진했지만 공기업 재무 리스크가 부각되자 사실상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박근혜 정권에선 이런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해외자원 개발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는 조치를 취했고 문재인 정부도 초기에는 이런 기조를 유지하다 후반기에 공급망 위기 대응에 나섰고 윤석열 정부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채 마감됐다.
중국의 광물 수출 통제 강화 등 국내 공급망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기술 경쟁력 강화, 공급망 다변화, 국제 협력 강화 등 3가지 측면에서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역대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민관 합동 희토류 공급망 대응회의’를 열고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희토류 공급망 TF’를 가동한다. 또 수출통제에 따른 ‘희토류 수급대응 지원센터’를 가동하고 수출통제 상담데스크를 운영하는 등 밀착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희토류 대체·저감·재활용 등 재자원화 연구개발(R&D)을 확대하고 기업의 해외 희토류 광산·정제련 투자 프로젝트도 지원키로 했다. 현재는 희토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배터리 소재 등으로 범위를 넓혀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목표다.
일각에선 핵심광물 확보를 경제 안보로 삼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이 발표한 ‘핵심광물 자원안보 정책 평가와 미래 전략’ 보고서는 핵심광물 수급 리스크 관리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시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래 전략 방향을 자원확보 및 공급망 내재화, 재자원화·대체소재에 대한 투자, 국제협력 방향성 재설정 등으로 설정해 핵심광물의 자원안보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경제안보를 실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자원확보와 공급망 내재화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일관성 있는 해외자원개발과 정제시설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과 우방국과의 공동투자, 기술협력, 인허가 간소화 지원 등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자원화·대체소재에 대한 투자와 관련해선 부처간 업무 연계를 통해 안정적인 재자원화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고 실리콘 음극재 등 대체소재 연구개발 및 상용화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은아 연구위원은 “핵심광물 정책은 그동안 펼쳐왔던 단편적인 해외개발과 비축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공급망 전 주기를 포괄하는 전략 아래 정제, 재자원화, 대체소재 개발 등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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