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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으로 피어난 보쏘…허용순의 ‘언더더 트리즈 보이시즈’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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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에지오 보쏘의 음악이 흘러나오자 한 남성 무용수가 격정적인 몸짓으로 독무를 춘다. 이어진 무용수들의 군무는 음악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춤이 음악이 되고, 음악이 춤이 되는 순간이다.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한스 판 마넨X허용순’ 더블빌(두 개 작품을 동시에 공연하는 방식)의 시연회가 열렸다. 해당 장면은 허용순의 ‘Under the Trees’ Voices(언더 더 트리즈 보이시즈)’ 작품 첫 부분이다.

이날 프레스콜에서 무용수들은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고(故) 에지오 보쏘(1971-2020)의 교향곡 2번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음악과 혼연일체가 되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발레 1세대’인 허용순의 ‘Under The Trees’ Voices’는 지난해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발레단에서 초연한 후 1년 만에 국내 무대에 처음 소개됐다. 허용순 안무가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음악에 열정적이었던 보쏘에 헌정하며 그의 삶과 인간관계, 그리고 음악에서 받은 영감을 한 편의 컨템퍼러리 발레로 그렸다.

첫 장은 에지오 보쏘의 삶과 죽음을 다룬다.

여성이 달려나가 남성에게 안기자, 이 둘의 파드되가 화려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이어진다.

남성과 여성 무용수가 함께 춤을 추는 파드되가 자주 등장하는데, 연인은 아니지만 보쏘의 삶에 깊이 엮어있던 배우 겸 가수 알바 파리에티와의 관계를 보여준다.

허용순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보쏘는 저에겐 너무나도 많은 영감을 주신 분이다. 그분의 음악만 갖고 만든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보쏘는 아쉽게도 벌써 우리를 떠났는데 그래서 이분에게 제 마음을 바치는 느낌으로 Under the Trees’ Voices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쏘의 주변엔 여러 여인들이 있었지만, 저는 특히 그의 죽음을 마주한 알바 파리에티의 시선 속에서 느껴지는 아쉬움과 상실감에 공감했다”며 “작품 속 주역 여성 캐릭터는 그녀의 감정을 대변한다”고 했다.

공연 중간엔 한 남성 무용수가 지휘봉을 크게 휘두르며 춤을 춘다. 보쏘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이와 함께 보쏘의 명언이 자막으로 나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음악은 경이롭습니다. 음악은 우리 자신이며 우리가 음악을 공유할 수 있음은 큰 행운입니다. 음악은 삶과 같아서 오직 한 가지 방법으로만 가능하죠. 그것은 함께하는 것입니다. 이 세대는 모두 말을 하는데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음악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 바로 듣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후략)”

보쏘는 2009년 한 페스티벌의 위촉을 받아 이탈리아 돌로미티 산맥에 위치한 아름다운 계곡인 발 디 피엠메의 전나무를 위해 교향곡 2번을 썼다. 2010년 7월 초연된 교향곡은 나무의 목소리를 포착해 그들의 순환, 나이테, 광합성을 음악적으로 전달한다. 그의 음악은 춤의 동작과 어우러지며 인간 존재의 근원이 자연임임을 깨닫게한다.

무용수들이 뿜어내는 열정과 에너지는 고스란히 객석까지 전해진다. 서울시발레단 객원 수석 무용수로 참여한 강효정은 섬세한 움직임 안에서 깊은 감정을 표현했다. 강효정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빈 국립 발레단 수석을 거쳤으며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서울시발레단이 아시아 초연한 한스 판 마넨의 ‘캄머 발레’도 함께 무대에 올랐다.

캄머 발레는 네덜란드 출신의 발레 거장 마넨의 대표작으로, 서울시발레단의 첫 해외 라이선스 작품이다. 지난해 컨템퍼러리 발레단으로서 서울시발레단의 정체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호평받은 데 이어, 올해 한층 더 깊이 있는 해석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출신의 김지영 무용수가 지도자이자 출연자로 참여해 세계적인 작품의 라이선스 제작에 한국 무용가가 직접 참여한다는 의미를 더했다.

8명의 무용수들은 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의자(스툴)를 활용하면서 춤을 추는데, 절제되고 단순한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이들은 서로를 노골적으로 관찰하기도 하고, 공격적인 몸짓을 하기도 한다.

무용수들이 입은 노란색, 주황색, 갈색, 검은 색의 반짝이는 레오타드는 동작을 보다 부드럽게 혹은 선명하게 보여줬다.

음악은 작곡가 카라 카라예프, 도메니코 스카를라티, 존 케이지의 피아노곡을 바탕으로 펼쳐진다. 지난해 서울시발레단 ‘캄머발레’의 초연을 위해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녹음했던 연주곡이다.

서울시발레단의 ‘언더 더 트리즈 보이시스’와 ‘캄머발레’ 더블빌은 다음 달 2일까지 공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1030_0003384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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