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교회가 온전한 그리스도인, 온전한 제자를 배출해 낼 때, 나만 성공하는 사회가 아니라 남을 성공시키는 사회, 타인의 성공에 진심으로 박수치는 밝은 사회로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달 27~31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복음주의연맹(World Evangelical Alliance, 이하 WEA) 제14차 총회가 ‘모든 이에게 복음을’이라는 주제로 세계 161개국 복음주의 지도자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마무리됐다. 서울총회는 오정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와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세계복음주의연맹(World Evangelical Alliance·WEA)은 1846년 영국에서 출범해 현재 161개국 6억5000만 명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복음주의 연합체다. 성경의 무오성과 복음의 유일성을 지지하며, 진보 신학을 수용하는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WCC)와 구별되는 입장을 지닌다.
2019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총회 이후 6년 만에 열린 이번 총회에서는 ▲성경에 기초한 복음적 일치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성령이 충만한 제자 훈련 ▲다음 세대 신앙 이탈과 종교박해 대응 ▲미디어시대의 전도 전략 ▲북한 억류 선교사 문제 등이 논의됐다.
총회 마지막날 채택된 ‘서울선언문’은 하나님이 창조주시며 역사의 주관자이시고, 성경은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이며, 구원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고백하고, 성령께서 지금도 일하시며 복음 선포와 제자 양성이 교회의 가장 중요한 사명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울총회 공동위원장 오정현 목사는 총회 폐막식 후 뉴시스와 만나 “서울 총회는 세계 복음주의가 본질로 돌아가 ‘정통 신앙의 기준’을 다시 세운 자리였다”고 평가하면서, 특히 세계 복음주의 교회가 ‘제자 훈련’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오 목사와의 일문일답

-서울총회의 의미와 총회를 마친 소감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이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진입하게 하는 토대가 됐듯, WEA서울총회는 세계 복음주의 교회의 쇠퇴를 막아내고 세계 선교 완성을 향한 결정적 초석이 놓인 역사적 시간이자 장소였습니다.
마침 올해가 ‘니케아 신경'(정통 기독교신앙을 수호하기 위해 교회가 채택한 신앙고백문) 제정된 지 1700주년입니다. 당시 니케아 공의회가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과 동일본질(homoousios)이시다’라고 선언하며 삼위일체 신학의 토대를 세웠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 교회가 가진 본질입니다. 이를 기념하며 2025년 WEA 총회가 ‘서울선언문’을 통해 그 정통신학의 유산을 새롭게 천명한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서울선언문의 핵심은
“서울선언문은 21세기 언어로 복음의 본질을 다시 붙드는 신앙고백이며, 종교다원주의와 자유주의 신학으로 흔들리는 시대 속에서 세계 교회를 정통의 자리로 돌이키는 ‘거룩한 특이점(Holy Singularity)’이 됐습니다.
종교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현상들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여성·아동·약자, 나아가 교회에 대한 박해에 대한 범기독교적 연대가 필요함을 확인했습니다.
남북 화해가 이뤄져 자유롭게 하나님을 섬길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점과 북한의 심각한 인권침해를 지적하며 부당하게 감옥에 갇혀있는 자들의 석방을 촉구했습니다.
복음주의 교회 입장에서 하나님께서는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셨으며 동성애와 동성혼이 성경적으로 죄임을 명백히 천명했습니다.”

-서울총회에서 세계 복음주의 교회 쇠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는.
“복음주의 교회는 흔들림 없이 지켜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예수님 만이 유일한 구원자이시다!’는 불변의 진리입니다.
신앙적 관용의 미명 하에 종교다원주의를 포용할 수 없지요. 진리를 희생하면서 연합과 협력을 추구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무엇보다 성경의 무오성(無誤性) 역시 복음주의 교회의 기초이자 근원인 토대입니다. 성경은 일점일획도 더하거나 뺄 수 없는 하나님의 말씀임을 의미하고 교회는 세상을 향하여 오직 예수님 만이 구원자이심을 선포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만이 인간의 죄를 해결하고, 멸망의 길로 가고 있는 세상을 건져 내는 유일한 길이요, 유일한 진리며, 유일한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총회 유치 과정에서 우려나 어려움도 적지 않았을 것 같다.
“우리가 WEA서울총회를 섬기겠다고 한 것이 아니고, WEA본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가 승낙하면, 어떤 고난의 터널을 지나가야 할지 예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한국에 있는 교회만 ‘주님의 몸 된 교회’가 아니고, 아프리카 오지에 있는 교회도 ‘주님의 몸 된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년간 받은 수많은 오해와 비난, 공격으로 피를 많이 흘리기도 했지만, 청년시절부터 ‘무너진 여호와의 제단을 수축하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해왔습니다. 누군가 피를 흘려야 한다면, ‘기쁘게 제가 흘리겠습니다’는 마음이 늘 있었지요. 오히려 ‘섬길 수 있어 영광이었고,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복음주의 교회가 주의 깊게 논의한 전략은.
“WEA는 2019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총회에서 향후 10년간 제자훈련에 집중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습니다. 세계 복음주의 교회가 현지 문화와 상황에 맞게 평신도들을 훈련해 사역의 동역자로 세우고, 그들이 또 다른 영혼들을 섬기는 영적 재생산 선순환 구조로의 체질 개선 플랫폼과 토대를 놓겠다는 선교적 의지를 표명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세계 복음주의 교회가 건강한 교회로 성장하고 성숙해져서, 지금 전 세계에 급박하게 몰아치는 ‘반기독교적 광풍’과 ‘종교다원주의’ 공격에서 교회를 살려내기 위한 안타까운 심정의 발로라 할 수 있습니다.
서울총회 기간 사랑의교회는 제자훈련의 노하우와 빅데이터를 WEA에 소개하고, 세계 복음주의 교회 지도자들이 현지 교회에서 어떻게 접목하고 적용할 것인지 심도 있게 논의했습니다.
제자훈련 국제화는 한국 교회 영적 자본을 세계 교회와 공유하는 ‘글로벌 플랫폼’의 토대를 놓는 일입니다. 한국 교회가 플랫폼이 되어 세계 교회와 함께 전방위적으로 소통하며 사역을 발전시켜 나아갈 때, 한국 교회 역시 더 정화되고 성숙하여 건강한 교회가 될 것입니다.”
-서울총회를 기점으로 한국 교회의 위상은 어떻게 달라지나.
“한국 교회는 5000년 내려오던 민족종교를 100년 만에 바꾼 부흥을 경험한 교회입니다. 하나님께서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폭발적 부흥과 은혜를 한국 교회에 주신 것은, 한국 교회만 신앙생활 잘하고, 부흥하라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한국 교회가 ‘복음의 통로’가 되어, ‘세계 선교의 마무리’ 역할을 하라는 사명을 주신 것이라 확신합니다. 지금 전 세계 교회가 한국 교회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세계 교계 지도자들은 한국 교회의 세계 교회 지도자 역할을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퍼트스 팔로워(Fast Follower)로서 좇아왔는데, 이제는 세계 교회와 세계선교를 향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한국 교회가 세계 교회를 섬기는 영적 종갓집 역할을 해야 할 때입니다.”

-세계 종교계서도 이른바 ‘한류 열풍’이 가능하다 보는가.
“가능합니다. 한국 교회는 동서양 문화를 이해하고 매개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습니다. 한국은 유교 문화권에서 복음을 수용한 사례로서, 비서구 세계에 선교적 모델을 제시할 수 있죠. 동시에, 서구의 신학과 조직을 배운 세대와 토착적 정서를 아우르는 능력을 지닌 ‘선교적 가교’ 역할이 가능합니다.
한국 교회는 비서구 국가에 문화적 편견없이 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습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 문화적 강력한 문화 트렌드가 되는 한류는 한국 교회가 세계 교회에 한국 교회의 영성을 전하는 새로운 길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서구로부터 기독교를 받아들였지만, 자생적 순교의 영성과 기도의 열심을 가진 나라로 성숙했습니다. 분명 한국 교회는 기독교계의 한류, K-Gospel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보나.
“한국 교회는 복음을 받아들인 지 백여 년이 조금 넘는 역사를 가졌음에도, 세계 곳곳에 선교사를 파송하는 선교적 영성이 있습니다. 동시에 북한교회의 ‘순교적 영성’과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한국 교회 디아스포라의 ‘국제적 영성’이 더해지면, 한국 교회는 세계 교회 부흥의 마중물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교회 내향화 극복이 과제입니다. 또 교회의 경직화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국가나 민족이 위기를 당했을 때, 학교와 병원이 있어야 그 위기가 극복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곳이 ‘교회’입니다. 학교는 미래를 위해 필요하고 병원은 지금 당장 고통 당하는 사람을 위해 필요하지만, 교회는 영혼을 살리는 생명의 구급차입니다. 혼돈의 사회를 다시 정위치 시키기 위해서는 오직, ‘복음’만이 해답입니다. 교회가 온전한 그리스도인, 온전한 제자를 배출해 낼 때, 나만 성공하는 사회가 아닌 남을 성공시키는 사회, 타인의 성공에 진심으로 박수치는 밝은 사회로 변화하게 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