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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민감한 눈으로 그린 낮은 톤의 ‘드로잉 숲’…신경철 개인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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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전시장에 들어서면, 20여 점의 드로잉이 거대한 숲처럼 펼쳐진다. 밑색 위에 목탄을 얹고, 손의 압력과 지우개의 흔적을 더해 완성된 화면들은 ‘그리기’보다 ‘남기기’에 가까운 과정으로 만들어졌다. 종이 위에 쌓인 시간과 감각의 층위는 하나의 풍경처럼 흐른다.

서울 통의동 리안갤러리 서울은 13일부터 12월 30일까지 신경철 개인전 ‘Light Between Air’을 연다. 2023년 대구 개인전 ‘In the Distance’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세 번째 개인전으로, 작가는 ‘빛과 공기 사이에서 회화가 스스로 쓰여지는 과정’을 탐구한 신작 30여 점을 공개한다.

13일 열린 간담회에 선글라스를 쓰고 등장한 신경철(47)은 “10여 년 전 시력이 갑자기 저하되며 수술을 받았다”며, 그때부터 화면의 톤이 자연스럽게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인보다 빛에 민감한 특유의 시각 경험 때문에, 밝음과 어둠이 미세하게 떨리는 풍경을 먼저 감각하게 되었고, 이번 드로잉과 회화 역시 그러한 ‘보이는 방식’에서 출발한다.

신경철은 “구상처럼 보이지만 추상이고, 추상 같지만 풍경의 잔상에서 나온 그림”이라며 자신의 회화를 “빛이 만든 구조”라고 정의했다.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회화의 확장된 개념을 탐구해온 그의 작업은 직관과 절제, 우연과 필연이 공존하는 회화적 행위를 통해 감각·기억·풍경의 관계를 재구성한다.

작가의 회화는 유년기의 감각적 기억에서 출발한다. 어린 시절 형광펜 글씨를 따라 그리던 반복 행위는 이후 외곽선을 추적하고, 이미지를 해체·재조립하는 화면 구성 방식으로 확장됐다. 그의 풍경들은 익숙한 나무와 산맥의 형태를 닮았지만, 확대·압축·왜곡을 거쳐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린다.

작업은 일반적 제작 순서를 뒤집는다. 밑그림 위에 채색하는 방식과 달리 그는 먼저 금속성 단색으로 화면을 밑칠하고, 즉흥적 붓질로 형상을 만든 뒤, 마지막에 연필선으로 경계를 따라가며 화면의 질서를 만든다. 반사성 색면은 깊이를 지우고 비현실적 공간감을 부여하며, 그 위의 연필선은 시간의 흔적처럼 새겨진다.

입구를 채운 대규모 드로잉 시리즈 ‘T-Here-D’는 밑색 위에 목탄을 얹고, 손으로 문지르거나 파스텔·지우개로 흔적을 더해 완성한 작업이다. 화면 곳곳에 남은 물감 잔여와 서로 다른 농도의 질감은 평면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으며, ‘그림’이라기보다 ‘감각의 기록’으로 작동한다.

지하 1층에서는 대형 회화와 신작 조형물이 이어진다. 금속 안료의 반사, 반투명한 표면, 명암의 미묘한 떨림은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며 빛의 현상을 공간적으로 드러낸다. 팔레트에 남은 물감의 조각을 본떠 알루미늄으로 주조한 오브제는 회화의 부산물을 ‘빛의 조형물’로 전환한 작품이다.

계원예술대학교 유진상 교수는 “신경철의 작업은 ‘그리기’이자 ‘쓰기’이며, 언어 이전의 감각을 불러내는 세계의 글쓰기”라고 평한다. 그는 신경철의 드로잉을 “짧은 선들의 연속이 만들어낸 텍스처이자, 부재의 흔적에서 비롯된 근원적 드로잉”으로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1113_000340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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