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탈리아 피아첸차의 미술관에서 사라진 클림트의 초상이 22년 뒤, 담쟁이로 덮인 외벽 틈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검정 비닐봉투에 숨겨져 있었다.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여인의 정체와 클림트의 의도 역시 미스터리로 남았다. 이 ‘여인의 초상’이 처음으로 이탈리아를 떠난다.
서울 삼성동 마이아트뮤지엄은 12월 19일부터 내년 3월 22일까지 특별전 ‘클림트와 리치오디의 기적: 이탈리아 리치오디 현대미술관 컬렉션’을 연다. 이번 전시는 이탈리아 피아첸차의 리치오디 현대미술관(Galleria d’Arte Moderna Ricci Oddi)과 공동 기획한 자리로,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여인의 초상’을 비롯해 소장품 70여 점이 서울에 온다.
리치오디 현대미술관은 법학자이자 예술 후원가였던 주세페 리치오디(1868~1937)의 개인 수집품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그는 40여 년간 이탈리아 각지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근·현대미술의 흐름을 압축한 방대한 컬렉션을 구축했다. 이번 서울 전시는 그의 유산을 대표하는 주요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소개한다.
특히 클림트의 ‘여인의 초상’은 도난·은닉·재발견이라는 극적인 서사를 품고 있다. 1997년 도난된 뒤 사라졌던 작품은 2019년 정원사가 미술관 외벽의 숨겨진 공간에서 우연히 발견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X선 조사 결과 그림은 이중 초상이었으며, 클림트가 왜 같은 여인의 얼굴을 두 번 덧그렸는지는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명작의 분실과 귀환, 그리고 그 뒤에 감춰진 미스터리를 지닌 ‘여인의 초상’을 비롯해, 전시에는 안토니오 만치니, 도메니코 모렐리, 페데리코 잔도메네기 등 19세기 후반~20세기 초 이탈리아 거장들의 인물화·풍경화·장르화가 대거 선보인다.
전시 기간에는 정우철·이지안·한지원 도슨트가 참여하는 해설 프로그램과 어린이를 위한 키즈 아틀리에 등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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