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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돌아온 국립발레단 ‘지젤’…정령의 군무가 빚은 몽환적 무대[객석에서]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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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면사포를 쓰고 흰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어둡고 스산한 공동 묘지 한 가운데 서 있다. 자세히 보면 그녀는 인간이 아니다. 연인에게 배신당해 죽은 지젤이 정령 ‘윌리’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 지젤은 다른 윌리들과 군무를 추거나 시계추처럼 돌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국립발레단의 정기공연 ‘지젤’이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했다. 이날 무대에서 지젤 역은 출산 후 복귀한 박슬기가 맡았다. 오랜 기간 이 작품에서 주역을 맡아온 무용수답게 섬세한 동작과 안정된 표현으로 극을 이끌었다.

1841년 파리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된 발레 ‘지젤’은 프랑스 시인 테오필 고티에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낭만주의 발레의 대표작이다. 특히 2막에 등장하는 ‘월리’는 사랑에 상처받고 죽은 처녀들의 정령이라는 설정으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상징하는 존재다.

국립발레단은 파리오페라발레단 부예술감독이었던 파트리스 바르 안무 버전을 기반으로, 2011년 초연 이후 꾸준히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막이 오르면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 시골 소녀 지젤과 신분을 숨긴 귀족 알브레히트의 첫 만남이 이어진다. 박슬기와 알브레히트 역의 허서명이 파드되(2인무)에서 자연스러운 호흡을 보여줬다. 박슬기는 가버운 몸동작과 고른 균형감각으로 지젤의 순수한 면모를 드러냈다.

두 사람이 벤치에 앉아 사랑을 점치는 꽃점 장면에서는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속삭임을 들려준다.

분위기가 바뀌는 지점은 사냥꾼 힐라리온이 알브레히트의 정체를 폭로하는 순간이다. 지젤은 배신감과 충격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며 죽음에 이르는 매드 신(Mad Scene)으로 1막이 마무리된다.

2막은 이 작품의 핵심 장면으로 꼽힌다. 사랑에 배신당해 죽은 처녀들의 정령 ‘윌리’들이 남자를 새벽까지 춤추게 해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설정이다. 24명의 무용수로 이뤄진 군무는 대칭적인 동작과 일정한 호흡으로 무대의 긴장감을 높였다.

흰색 튀튀 사이로 조명이 스며들어 실루엣이 드러나자 정령이 떠나니는 듯한 장면이 연출됐다. 윌리들이 뒤로 물러나며 무대를 비우는 장면도 유령같은 분위기를 더했다.

순백색 튀튀를 입은 무용수들의 군무로 대표되는 ‘발레 블랑(Ballet Blanc)’의 명장면이다.

19세기 예술가들은 정령이나 영혼과 같은 존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흰색을 선택했다. 흰색은 순수를 상징할 뿐 아니라 영혼과 죽음 이후 세계를 표현하고, 빛과 초월성을 담아내는 색이다.

어둡고 캄캄한 배경의 무대와 흰색 튀튀의 윌리가 대조를 이루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지젤이 윌리가 된 뒤 알브레히트와 추는 2인무도 돋보였다. 박슬기는 동작의 무게를 낮춘 채 부드럽고 긴 호흡으로 장면을 이끌었고, 허서명은 반복 점프에서 탄력 있는 에너지를 보여 객석의 박수를 끌어냈다.

국립발레단의 ‘지젤’은 오는 1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박슬기를 비롯해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 박세은, 2023년 ‘지젤’에서 성공적인 주역 데뷔를 치른 조연재가 번갈아 지젤 역에 오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1114_000340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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