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한미 관세협상이 조인트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로 최종 마무리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수출, 대미 투자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한미 협상 타결 이후 2000억 달러(약 291조원) 규모의 대미 현금 투자에 대한 우려감으로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16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이번 ‘한미 관세·안보 분야 조인트 팩트시트’에는 외환시장 안정성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양국은 이번 합의가 시장 불안정을 유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상호 이해에 도달하고 한국의 연간 달러 자금 조달 규모가 200억 달러를 넘지 않도록 하기로 합의했다.
또 ‘한국은 시장 영향 최소화를 위해 가능한 한 시장 매수 외의 방식으로 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가급적 시장에 달러를 사들이지 않고 외환보유액 운용을 통해 얻은 수익(연 150억~200억 달러 추정)으로 대미 투자 자금을 마련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양국은 이번 합의 이행이 원화의 무질서한 변동 등 시장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한국이 조달 금액과 시점을 조정할 것을 요청할 수 있으며, 미국은 신의를 가지고 요청을 적절히 검토하기로 했다.

팩트시트에 포함된 외환시장 안정 관련 내용은 정부와 대통령실이 한미 관세협상 타결 직후 발표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미 투자 관련 불확실성으로 흔들렸던 외환시장도 다소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70원 하락한 145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역외 시장에서는 환율이 추가 하락해 1450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4개월간 8% 가량 상승했다. 특히 지난 10월 말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에는 외화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로 환율이 약 보름 만에 3%가량 급등하며 1470원대를 뚫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유출은 우리 경제가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이번 팩트시트 발표 이후 환율 급등세는 다소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미 협상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다는 불확실성이 상존하면서 원화 가치가 더 약세로 전개되다가 불확실성 요인이 제거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김광석 교수는 “‘강달러 뉴노멀’이라는 현상 자체가 깨지기는 어려운 구조이고, 뉴노멀은 (원·달러 환율) 1350원 정도라고 보고 있다”며 “다만 미국이 강달러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외환시장은) 다소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외환·금융 당국가 외환시장 개입에 나선 것도 환율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지난 14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회의에서 “해외투자에 따른 외환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는 경우 시장 참가자들의 원화 약세 기대가 고착화 돼 환율 하방 경직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가용 수단을 적극 활용해 대처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며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구두개입 시점을 전후해 외환당국에서 실개입으로 추정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구두개입성 발언이 나오기 직전부터 외국계 특정 네임에서 (달러) 매도가 강하게 나왔다”며 “일단 선을 그어줬기 때문에 수출업체 입장에서도 연말을 앞두고 원화 환전을 지연시켜놨던 물량을 소화할 것이고, 그러면 단기적으로는 안정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한미 팩트시트 발표 후에도 미국이 세부 협상에서 판을 흔들 가능성도 있어 아직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14일 한미 협력 관련 세미나에서 “팩트시트를 읽어본 이후에도 여전히 정의되지 않은 여러 영역이 남아있으며, 여전히 해결돼야할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대미투자가 외환 범주 내이거나 매년 지출할 수 있는 한도 이내에서 이뤄진다 하더라도, 여기저기서 한국에게 매우 어려울 수 있는 영역들이 존재한다. 힘든 과정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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