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내 발자국이 달 위에 남겨지지 않아도 괜찮아. 달에 가장 어두운 뒷모습을 내가 기억할 테니. 내가 나를 기억할테니. 비하인드 더 문.”
1969년 인류는 최초로 달에 도착했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면서 인류가 최초로 달에 방문한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는가. 당시 우주선에는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 버즈 올드린, 마이클 콜린스가 탑승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달을 밟지 못한 인물이 있다.
당시 사령선 조종 임무를 맡은 마이클 콜린스는 달에 발자국을 남기지 못하고, 달의 궤도를 맴돌며 지구 귀환에 힘을 쓰고 있었다.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은 인류의 역사적인 사건에서 숨겨진 영웅 마이클 콜린스(1930~2021)의 삶을 조명한 작품이다. 달의 뒤편에서 홀로 머물렀던 그의 고독과 여정을 1인극으로 풀어낸다. 어떠한 영광도 환희도 당시 받지 못한 그였지만 그 속에서 피어난 그의 꿈과 사랑 등에 집중한다.
작품은 2023년 충무아트센터 창작 지원 프로그램 ‘창작 뮤지컬 어워드 넥스트’ 우승작이자 충무아트센터 개관 20주년 기념 공연이다. 연출 김지호 연출가, 김한솔 대본가 겸 작사가, 강소연 작곡가 세 명이 의기투합한 약 5년 간의 결과물이다.
18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비하인드 더 문’ 프레스콜에서 김 대본가는 “달 탐사 50주년 행사에서 마이클 콜린스가 스피치를 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이때 홀로 달을 밟지 못하고 달의 뒤편에 간 사실을 알게 됐고 너무 흥미로웠다”며 작품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9년도에 기사를 봤고, 이 인물로 뮤지컬을 하고 싶어 강소연 작곡가에게 기사를 공유하며 작업 제안을 했다”며 “역사적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기억 속에 잊힌 그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마이클 콜린스는 배우 유준상, 정문성, 고훈정, 고상호가 캐스팅됐다. 유준상은 이번 공연으로 17년 만에 소극장 무대에 복귀한다.

유준상은 “원래 달과 별에 대한 관심이 많다. 지구에 사는 소녀와 105억 광년 떨어진 별에 사는 소녀가 만나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도 쓰기도 했다”며 작품에 참여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스윙데이즈’가 끝날 때쯤 재밌는 대본을 찾고 있었는데 ‘비하인드 더 문’ 대본을 받았다. 달과 별에 빠져있는 상황이어서 너무 재밌게 대본을 읽었고, 작품에 혼신의 힘 다해 임하고 있다”고 했다.
고상호는 달을 밟지 못한 콜린스의 이야기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배경이 달이지만 어떠한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투영해도 통용되는 가치관이 적용된다”고 했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콜린스의 양가적인 감정이 눈길을 끈다. 우주비행사로서 달에 가는 과정에서의 기쁨과 설렘, 달에 도착하고도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주요 스포트라이트가 다른 인물에게 집중되면서 느끼는 허무함, 절망 등이 극에서 표출된다.

90분간 펼쳐지는 작품을 배우 한 명이 복합적인 감정과 함께 무대 세트 전환 없이 온전히 책임진다. 무대 구조도 원형으로 구성돼 1인극의 매력이 극대화되고, 인물의 감정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김 대본가는 “초고를 썼을 때는 5인극이었지만 내면의 여정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준 결과 끝에 1인극으로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연출가는 인물의 내면에 집중하기 위해 라이브 스트리밍을 연출에 도입했다. 그는 “무대에서 사라진 콜린스를 라이브 스트리밍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지구가 그를 바라보지 않았을 때 느낀 마음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했다”며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한 번 더 필터링을 거치면 ‘좀 다른 시각을 줄 수 있지 않을까’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으로 1인극에 처음 도전하는 정문성은 “(무대 위에서) 실컷 연기해 보고 싶어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다만 “상대가 없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 제가 상대와 눈을 보고, 얘기를 나누면서 행복을 느낀 사람임을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상대역이 없는 만큼 관객과의 호흡에 더 집중했다고 한다. “(작품은) 꿈을 향해 달려가는 (콜린스의) 모습 안에서 결국 그 꿈 앞까지 갔을 때 결국 진짜 소중한 건 내 옆에 있는 사랑과 사람을 깨닫는 순간이 주된 포인트”라며 “이를 표현하는 데 있어 관객을 대상으로 삼고, 사랑이 담긴 이야기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지난 11일 개막한 ‘비하인드 더 문’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내년 2월 8까지 관객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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