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에서 17세기 영국 찰스 1세를 언급하면서, 400년 전 왕의 재판이 소환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19일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판결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찰스 1세의 반역죄 판결을 인용했다.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는 “왕과 의회가 세금 징수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다가 왕 찰스 1세가 군대를 이끌고 의회에 난입해 강제로 의회를 해산 시킨 일이 있었다”며 “결국 그는 반역죄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판결은 왕이 국가에 대해 반역을 저질렀다는 점을 명백히 인정한 사건”이라고 짚었다.
1625년 즉위한 찰스 1세는 군주의 권력은 신으로부터 부여된다는 왕권신수설을 신봉했다. 의회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은 그는 계속해서 의회와 충돌했다. 11년간 의회를 소집하지 않은 채 절대주의적 통치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갈등은 1642년 의회파와 왕당파 간 내전으로 번졌고, 결국 그는 특별재판부에 회부돼 1649년 참수형을 선고받았다.
1649년 재판 기록에 따르면 찰스 1세는 “누구의 권한으로 짐을 재판하느냐”고 물었고, 재판부는 “국민의 이름으로”라고 답했다.
영국 역사상 군주가 반역죄로 처형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는 왕권신수설이 지배하던 시대에 통치자 역시 법정의 피고인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이었다. ‘왕은 잘못을 할 수 없다’는 전통적 관념이 깨지고, 최고 권력자 역시 헌정 질서를 침해할 경우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개념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지 부장판사는 이날 윤 전 대통령 선고 공판에서 찰스 1세 사례를 들며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의회에 대한 공격은 왕이라 하더라도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 돼 반역죄라는 개념이 널리 퍼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내란죄는 국가 존립을 침해하는 죄로 각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찰스 1세는 최근 국내 정치권에서도 간헐적으로 언급돼 왔다.
지난해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해당 재판 사례가 소개됐고, 일부 정치권 논평에서도 의회와 권력의 관계를 설명하는 비유로 등장했다. 다만 당시 언급은 정치적 수사에 가까웠다면, 이번 판결에서는 헌정 질서의 형성 과정을 설명하는 역사적 근거로 제시됐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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