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한때 공연장·야구장 주변에서 몰래 거래되던 ‘암표’는 이제 온라인 플랫폼으로 무대를 옮겼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지능형·조직형 시장으로 커지면서 암표 거래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민생 물가 교란 범죄’로 규정하고 특별단속에 나섰다.
암표는 일반적으로 정가보다 현저히 높은 가격으로 되파는 불법 입장권을 뜻한다.
과거에는 공연장이나 경기장 주변에서 암표상들의 호객행위를 통해 현장 중심으로 거래가 성행했다. 그러나 온라인 환경이 발달하면서 암표시장의 거래 방식도 크게 바뀌었다.
◆플랫폼으로 옮겨간 암표 거래…’아옮’ ‘팔옮’ 신조어까지
매크로 등 부정수단을 활용해 예매 정보를 자동으로 입력하고, 티켓을 대량 확보한 뒤 되파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중고거래 플랫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등을 통한 거래로 더욱 은밀해졌다. 여기에 티켓 예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암표는 단순한 불법거래를 넘어 하나의 ‘온라인 시장’으로 확대됐다.
실제로 경찰은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 티켓을 대량 확보한 뒤 되팔아 수십억원을 챙긴 조직을 적발하기도 했다. 해당 조직은 약 1300여명이 참여한 오픈채팅방에서 매크로로 약 3만 장의 티켓을 예매한 뒤 약 71억 상당을 부정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편법 거래 방식도 다양해졌다.
판매자의 표를 취소한 뒤 재빨리 취소 표를 확보하는 방식인 ‘아옮'(아이디 옮기기), 공연 입장 팔찌를 넘겨주는 ‘팔옮'(팔찌 옮기기) 등 현장 본인 확인을 피하려는 거래도 등장했다. 이를 대신 수행하는 전문 대행업체까지 생겨났다.
◆매크로 규제 한계…처벌 확대
정부는 암표 거래 단속을 위해 지난 2024년 3월 공연법 등을 개정해 매크로 이용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매크로 사용 여부를 입증해야 처벌이 가능해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기술적으로 매크로 사용 여부를 판별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이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달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 없이 입장권 부정 거래 자체를 금지했다.
부정 판매 행위자에게는 판매 금액의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고 부당 이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신고포상금 제도로 국민 참여형 감시체계는 강화했다. 개정법은 오는 8월 28일 시행될 예정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암표에 대해 “수십년간 해결되지 못한 문화산업의 고질적인 난치병”이라고 표현하며 근절 의지를 강조했다.
최 장관은 개정 공연법에 대해 “상습적이고, 영업적이고, 돈을 벌려고 애를 쓴 흔적이 있으면 처벌을 받는다. 그런 목적으로 웃돈을 받는 모든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만든 법”이라며 “법이 예고된 만큼 지금부터라도 캠페인을 통해 근절을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공연·스포츠 분야 암표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암표 모니터링을 확대했다. 매크로 사용이 의심되는 온라인 게시글은 경찰청에 수시 공유하고 예매번호 정보가 포함된 게시글은 예매처에 통보하고 있다.
정부는 예매처와 중고거래 플랫폼 등 민간과 협력해 암표 차단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예매 사이트와 포털에 경고 문구를 표시하고 거래 게시글을 모니터링 하는 한편, 민관협의체를 통해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BTS 공연, 암표 단속 시험대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21일 서울 광화문과 다음 달 9~12일 경기 고양에서 열리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공연은 암표 단속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들의 공연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자 일찌감치 ‘암표와의 전쟁’도 선언됐다.
문체부는 방탄소년단의 광화문·고양 공연에서 불법적 암표 판매가 의심되는 4건, 105매에 대해 지난 9일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공연 당일 현장 단속 인력도 별도로 배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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