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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긋기 대가’ 지근욱의 광기…’금속의 날개’로 폭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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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가까이 다가가면 화면은 부서진다. 점들이 보인다. 멀어지면 그 모든 것이 사라진다. 끝이 없고 시작도 없다. 겹치고, 어긋나고, 다시 이어진다.

서울 삼청동 학고재에서 열린 지근욱(41)의 개인전 ‘금속의 날개(Metallic Wings)’는 ‘무엇을 그리는가’보다 ‘어떻게 드러나는가’에 집중한다. 선을 긋고, 쌓는 이 단순한 반복이 만든 회화 59점을 선보인다.

‘선긋기의 대가’는 이번에 금속에 도전했다. 찰나의 빛과 영속적인 물질이 충돌하며 빚어낸 무한한 구조적 공간이다.

화면 앞에 서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고정된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시선이 움직일 때마다 화면이 다시 만들어진다. 한 발 옆으로 비켜서면, 방금 전까지 평평했던 면이 갑자기 깊이를 드러낸다. 빛은 붙잡히지 않고 흘러가고, 표면은 그 빛을 밀어내거나 다시 끌어당긴다.

빛과 부딪히며 끊임없이 달라지는 금속성 표면은 마치 우주의 데이터처럼 계속 확장된다. 정면에서는 균질한 면으로 보이던 화면이 관람자가 이동함에 따라 변화한다. 측면에서는 선의 결을 날카롭게 드러내고, 빛을 강렬하게 튕겨내며 시선을 밀어내기도 한다. 눈으로 본다기보다 몸으로 감지하게 되는 순간이다.

지근욱은 철저하게 계산된 규칙 속에서 흔들림 없는 선을 반복해왔다. 기계적인 행위가 아니라 손이 개입된 실제 노동이다. 같은 선을 긋지만 같은 선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작가는 이 반복의 감각에 오래 붙잡혀 있었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행위 속에서 형태는 사라지고, 대신 감각만 남는다. 그가 집요하게 선을 긋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반복이 만들어내는 아주 미세한 떨림, 그 안에서 비로소 회화가 살아 움직인다.

반복되는 선 긋기는 그려진 것이 아니라 곱게 쌓인 시간이다. 기술의 속도가 지배하는 동시대적 흐름 속에서 그는 가장 느린 방식으로 가장 예민한 감각을 끌어올린다. 예술가로서의 집요함, 거의 광기에 가까운 반복이 이 화면에 응축돼 있다.

지근욱은 홍익대학교 판화과를 졸업하고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아트 & 사이언스 석사, 홍익대학교 회화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시는 5월 9일까지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407_000358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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