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한국 창작 음악의 거장 이건용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무대가 열린다.
국립국악원은 오는 7월 2일과 3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창작악단 기획공연 ‘작곡가 시리즈 Ⅴ-이건용’을 연다고 15일 밝혔다. 현존 작곡가를 선정해 전곡을 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74년에 발표된 초기작 ‘분향(焚香)’에서 신작 ‘령(靈)’까지 이건용 작곡가의 50여 년의 세월을 아우르는 6개 대표작을 선보인다.
공연의 문을 여는 곡은 위촉곡 ‘피리 독주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령’이다. 작곡가가 피리 독주곡 ‘상령산(上靈山)’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작곡했다.
이 곡은 협주 악기를 부각하는 일반적인 협주곡이 아닌, 피리가 관현악을 선도하며 음악 전체를 이끄는 구성을 취한다. 독주자는 피리와 저음을 보완한 국립국악원 개량 대리피를 번갈아 연주한다. 곡명 ‘령’은 상령산, 영산회상(靈山會上), 영성(靈性), 영감(靈感)과 관련된다.
전통의 형식과 가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도 들을 수 있다. 해금이 협연하는 ‘가을을 위한 도드리’는 보들레르의 시 ‘가을의 노래’에서 영감을 얻었다. ‘힘찬 여름빛’과 ‘차디찬 어둠’ 사이의 과정과 대비를 음악에 담고 있다. 2008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정기공연에서 초연된 이후 전국의 악단들이 즐겨 연주하는 곡 중 하나다.
’25현 가야금과 국악관현악을 위한 변주곡, 한오백년'(1999)은 개량 악기인 25현 가야금의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작곡됐다. 민요 ‘한오백년’의 가락을 주제로 삼아 13개의 다채로운 변주를 펼쳐낸다.

작곡가의 초기 실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작품도 무대에 오른다. 1974년 국립국악원에서 처음 열린 ‘한국음악창작발표회’에서 발표된 ’14인의 주자와 여창을 위한 ‘분향’은 50여 년 만에 국립국악원에서 다시 연주된다.
‘귀'(2013)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곡이다. 숨겨진 진실이 폭로되는 순간의 극적 긴장감을 국악관현악과 판소리 창자의 표현력으로 극대화했다. 대화체로 이뤄진 대본을 작곡가가 직접 썼으며 새로운 형태의 ‘국악 음악극’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마지막 곡인 ‘묵(黙)'(2022)은 기존 작곡 기법과 형식에서 벗어나 소리와 침묵 사이의 긴장을 담아냈다. 형식을 먼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음을 먼저 출발시키고 그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조가 완성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건용은 한국 창작 음악의 방향성을 모색해 온 대표적인 작곡가로, 60여 년에 걸친 창작 활동을 통해 300곡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성악, 합창, 기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동했다. 특히 50여 곡의 국악기를 위한 작품들은 창작 국악의 주요 흐름을 형성해 왔다.
이건용 작곡가는 “50여 년간 발표했던 작품들을 다시 살펴보니 현대 음악, 전통 음악, 오페라 등 여러 장르를 오가면서도 나를 관통하는 하나의 정서와 힘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번 무대는 관객들이 그 ‘이건용다움’의 정체를 국악의 언어로 함께 음미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의 지휘를 맡은 권성택 창작악단 예술감독은 “이건용 선생님은 국악과 양악의 경계를 넘어 한국적 정서를 현시대의 음악 어법으로 풀어내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해 오신 분”이라며 “우리 창작 음악의 나아갈 길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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