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결혼정보회사도, 연애 예능도 아니다. 청년들이 인연을 찾기 위해 찾는 곳으로 절과 성당, 교당이 주목받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나는 절로’, 천주교의 ‘Jesus 시그널 피정’, 원불교의 ‘다붓다붓 맞선캠프’ 등 종교계가 운영하는 미혼 남녀 만남 프로그램이 잇따라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진 사례도 나오면서 종교계의 새로운 청년 지원 모델로 관심을 모은다.
외모와 직업, 경제력 등 조건을 앞세우는 기존 만남 문화에 피로감을 느낀 청년들이 종교 공간이 주는 안정감과 공동체성을 찾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교계 대표 프로그램 ‘나는 절로’…결혼·출산 사례도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나는 절로’는 종교계 미혼 남녀 만남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높은 인지도를 가진 사례로 꼽힌다.
‘나는 절로’는 2013년 시작된 ‘만남 템플스테이’를 바탕으로 청년층의 관심사에 맞게 새롭게 구성한 프로그램이다. 보건복지부의 민간 선도 저출생 대응 국민인식개선 사업 수행기관으로도 선정됐다.
2023년 이후 최근까지 누적 신청자는 1만3614명에 달한다.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이를 정도로 관심이 높다.
올해 5월 기준 누적 참가자는 370명(185쌍)이며, 이 가운데 83쌍이 커플로 이어졌다.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참가자 중에서는 결혼한 부부도 3쌍 나왔으며, 오는 7월에는 한 부부가 첫 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

◆가톨릭 ‘Jesus 시그널 피정’…관계 맺기와 성찰에 초점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와 가톨릭세계복음화ICPE선교회가 공동 주최하는 ‘Jesus 시그널 피정’도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2022년 시작해 올해 9회째를 맞은 이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짝짓기 방식보다는 신앙 안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둔다. 참가자들이 자신과 상대방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다룬다.
프로그램 종료 이후에도 후속 모임을 이어가며 교류를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성과 사랑, 생명의 의미를 다루는 ‘청년 몸신학 피정’으로도 연계된다.
현재까지 같은 기수 참가자들 사이에서 9쌍이 결혼한 것으로 집계됐다.

◆원불교 ‘다붓다붓 맞선캠프’…비신자 참여도 높아
원불교 또한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다붓다붓 맞선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MBTI 연애유형 분석, 로테이션 미팅, 마음살롱 등 다채롭고 친밀한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원불교의 캠프는 ‘힐링·마음스테이형’으로 포맷을 확장해 비신자(비교도) 청년 참여율이 80%를 넘어설 만큼 일반 대중에게 문호를 크게 넓혔다.
그 결과 커플 매칭이 매회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한 커플은 결혼도 앞두고 있다.

◆”조건보다 사람”…종교 공간이 주는 안정감
종교계는 프로그램의 인기 배경으로 종교 공간이 주는 안정감과 공동체적 분위기를 꼽는다.
유철주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 전문위원은 “절이 주는 편안함 속에서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주지 스님과 참가자들의 응원이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대성 원불교 교무는 “외적 조건과 스펙을 강조하는 만남 문화에 피로감을 느끼는 청년들이 많다”며 “종교계 프로그램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고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외모와 스펙을 강조하는 연애 예능이 피로감을 주는 반면 종교계 프로그램은 비교적 부담 없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조건보다 관계와 가치관을 중시하는 청년들의 인식 변화도 반영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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