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조기용 기자 = 스네어 드럼이 어두컴컴한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박자 위로 쌓이는 관현악의 선율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클래식 공연 실황이 영화 스크린과 입체 음향을 통해 되살아난다.
공연장의 선율이 영화관에서 새로운 감각으로 재탄생한다. 오케스트라 고잉홈프로젝트가 연주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와 라벨의 ‘볼레로’를 약 110분 분량의 영화로 제작했다. 고잉홈프로젝트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있는 악단으로, 2022년 첫발을 내디뎠다.
12일 서울 영등포구 CGV 여의도에서 영화 ‘고잉홈프로젝트: 라벨 & 쇼스타코비치 인 시네마’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손열음은 공연장과 영화관이라는 서로 다른 공간이 음악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술이란 퍼포먼스가 단 하나의 단면을 갖고 있지 않다”며 “(영화관에서의 공연은) 그동안에 보지 못했던 음악과 다른 시선을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시네마에서 들으니까 (음악의 고조가) 정말 생생하게 다가와서 놀랍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경험과 체험을 할 수 있는 관객이 많았으면 한다”고 했다.
제작과 연출을 맡은 성유진 씨콘박스 대표는 실황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시각적 연출에 주목했다. 그는 “공연장과 영화관의 가장 큰 차이는 더 시각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라며 “감독이 어느정도 해석을 갖고 편집해 리듬감을 이뤄지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지난해 7월 20일 악단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가진 공연 실황을 기반으로 한다. 연주에 앞서 손열음과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 고잉홈프로젝트 음악감독이 작품에 담긴 해설을 설명한다. 클래식이나 작품에 친숙하지 않은 관객을 대상으로, 연주에 앞서 작품에 담긴 배경과 내용을 소개한다.

성 대표는 “공연에 어떠한 연출 의도가 들어갔는지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연주자가 이 곡을 어떻게 느끼는지를 간략하게라도 전달하고 영화를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손열음은 “공연장에는 청중이 공연만 보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가 어떤 생각을 바탕으로 했는지를 직접 들을 기회가 흔치 않아 좋은 연출인 것 같다”고 했다.
영화 제작은 2022년 고잉홈프로젝트 창단 음악회로 거슬러 간다. 예술의전당 공연영상화사업 PD 출신인 성 대표는 당시 악단이 연주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영상 촬영을 하며 인연이 생겼고, 이를 계기로 올해 봄 손열음에게 영상 제작을 제안했다.
성 감독은 대규모 곡인 쇼스타코비치와 라벨이 한 무대에 오르는 점과 두 곡이 갖고 있는 유사성에 영상화 계기를 다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 연주력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왔고, 서구권에서 관심을 기울일는 상황에서 이런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영화는 공연장 객석에서는 보기 어려운 무대 위 풍경도 담아낸다. 연주자들의 표정과 몸짓, 동료의 독주를 듣는 순간의 반응 등을 통해 음악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가까이 보여준다.
성 감독은 “고잉홈프로젝트의 연주자 표정이나 제스처가 매력적”이라며 “손열음의 매서운 눈초리, 동료 연주자가 솔로를 연주할 때 옆에서 감상하는 모습, (단원들이) 함께 즐기는 모습 등이 영상에 더 몰입하게 해준다”며 웃었다.

영화는 국내 클래식 공연 실황을 최초로 음향기술 돌비 애트모스 포맷으로 제작된 사례다. 단순 영상 관람에 그치지 않고, 공연장에 온 듯한 느낌을 구현하기 위한 시도다.
최진 오디오 프로듀서는 “공간음향이지만 굉장한 디테일 담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각 악기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려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며 “피아니시모부터 최대 음악이 올라갈 때 폭발적인 음악을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열음은 “쇼스타코비치와 라벨의 작품은 음악적인 내용도 중요하지만 음향적인 효과가 정말 중요하다”며 “오히려 공연장에서 보다 시네마에서 더 생생하게 접할 기회”라고 말했다. 성 대표는 “공연장의 현장감을 최대한 구현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영화는 오는 17일 CGV에서 단독 개봉한다. CGV 강변·대구현대·대전·동대문·서면·압구정·여의도·오리·용산아이파크몰·인천 등에서 상영된다. 개봉 첫 주에는 고잉홈프로젝트 무대인사, GV(관객과의 대화), 해설상영회 등 여러 행사가 열린다. 상영 정보는 CGV 홈페이지 및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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