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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작가 갤것 “정치·역사 아닌…소설은 결국 사람 얘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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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저는 정치와 역사로 글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된 글도 읽고 싶지 않았죠.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입니다.”

올해 제15회 박경리문학상을 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작가 데이먼 갤것은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수상작가 기자간담회에서 처음부터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을 구상한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갤것은 “모든 사람에게 역사적인 순간은 존재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역사를 이야기한 것”이라며 “소설을 통해 역사와 정치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1963년 남아공 프리토리아에서 태어난 갤것은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 정책) 체제 종식 이후에도 지속되는 인종 차별의 구조적 잔재와 빈곤의 참상을 작품에 녹여낸 것으로 유명한 소설가이자 극작가다.

갤것은 대표작 ‘굿 닥터(The Good Doctor)’와 2021년 부커상 수상작인 ‘약속(The Promise)’ 등에 아파르트헤이트의 역사적 상처를 개인의 삶에 투영해 보여준다.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작가에 대해 “남아프리카라는 특정한 시공간을 넘어 현대 세계가 보편적으로 직면한 기억과 책임, 그리고 정의의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해 왔다”고 평했다.

갤것은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을 쓰는 것은 인간의 내면과 본성을 들여다보기 위한 과정일 뿐, 역사 자체가 소설의 핵심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약속’은 그가 실제 지인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아파르트헤이트 전후의 한 백인 가족 이야기를 다룬다. 암 투병 중인 엄마 ‘레이첼’은 자신을 돌봐준 흑인 하녀 ‘살로메’에게 집 한 채를 약속하지만, 정작 레이첼이 세상을 떠나자 남은 가족은 약속을 외면한다. 약 30년이 흐른 후 딸 ‘아모르’가 약속을 이행한다.

작가는 역사적 변화와 개인의 윤리적 책임에 대해 질문한다. 갤것은 다만 “역사가 사람을 규정하지만 우리 역시 역사 속에서 녹아있는 것”이라며 “이 일화가 아파르트헤이트를 상징하는 소재일 뿐, 저는 인간성과 내면에 대해 보여주기 위해 소설을 쓴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은 남아공 역사를 통해 과거의 상처가 개인과 사회를 어떻게 고통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역사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인간 보편적인 영역으로 확장된다.

작가는 아파르트헤이트 폐지 이후 오늘날 남아공 현실에 대해서는 “피상적으로는 정치제도가 바뀌고, 기본법도 마련돼 변했지만 여전히 불평등과 부정의가 존재한다”며 “여전히 백인은 부자고 흑인은 가난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남아공은 갈 길이 멀었다”며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이 혁명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절반의 혁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그가 남아공 역사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갤것 역시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고국 작가가 현실 이면에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천착한다고 했다.

“남아공 작가들은 정치적 문제를 쓸 수 밖에 없는 측면에서 이러한 위기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과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저 역시 다른 인물을 그리려고 해도 아파르트헤이트를 살아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쓸 수 밖에 없죠.”
◎공감언론 뉴시스 excuseme@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1028_000384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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