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애나 로웬하웁트 칭, 제니퍼 데거, 올더 켈러먼 색세나, 페이페이 저우 지음, 김희정 번역.
“인프라를 ‘사회적 생활이 가능한 조건을 형성하고, 유지하고, 증진시키는 데 필수적인’ 사회 기술적 구조라고 정의한다면 그 사회가 꼭 인간 사회여야 할까?”(241쪽)
신간 ‘패치 인류세'(해나무)는 1980년대 미국 생태학자 유진 스토머가 인간이 지구에 미친 영향에 이름 붙인 ‘인류세’가 조각보(패치)처럼 떨어져 다양한 규모로 일어난다는 점을 설명한다.
책은 인간과 다른 존재들의 생존과 삶의 질 확보를 위해 현장으로 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의 산업활동, 생물의 이동과 생태, 거주민 생활의 관계를 연구실에서는 제대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산업 시설 지역에는 공장, 무역시설, 댐, 운하, 상하수도 등 수많은 인프라가 설치돼 있고, 이는 자연환경을 바꾼다.
생물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방사능 등 무생물 역시 인간이 만든 환경에 영향받으며, 일부는 이 인간이 만든 환경을 ‘이탈’한다. 이는 다시 지구에 영향을 끼친다.
여기에는 도시에 쥐가 출몰하고, 운하에 부레옥잠이 번식하고, 후쿠시마에서 유출된 방사능이 핀란드에 닿는 등 인간을 불편하게 하는 변화도 포함된다.
저자들은 인간 외 존재들이 인간을 불편하고 불쾌하게 하는 게 사실 그들의 생존 방식에 따른 것임을 짚으며 지구 안 존재들의 관계를 짚어낸다.
“인류세는 역설과 함께 등장한다. 인간은 이탈 상태의 인간 외 존재들이 주체로 참여하는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제국주의적·산업적 인프라에서 번창할 능력이 있는 인간 외 존재들이 역사의 고삐를 움켜쥐고 있다. 우리가 구축하는 세상은 더 이상 우리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이다.”(259쪽)
박범순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장은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패치에 구속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통로 삼아 자유롭게 이동하고 증식하여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균류·동식물과 같은 인간 외 존재들”이라며 “너무나도 인간 중심적인 정치, 경제, 역사, 예술에 한계를 느껴온 모든 이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줄 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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