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가부장제 안에서 아들에게 구박받고 사는 어머니를 이야기하면 요새 젊은이들이 깜짝 놀랄 거예요. 이런 시점에 이 작품을 재평가받고 싶고 청년 세대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배우 공호석이 16일 서울 종로구 좋은공연안내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11회 늘푸른연극제 제작발표회에서 내달 9~12일 선보일 ‘작은 할머니_그 여자의 소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연극 ‘그 여자의 소설’은 1995년 공호석에게 연기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작가 고(故) 엄인희의 대표 희곡으로, 한국 근현대사 격동기 속 ‘여성’이자 ‘어머니’로 살았던 한 여인의 삶을 다루는 내용이다.
사극부터 현대극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공호석과 함께 배우 김순이, 최승일, 백경희, 이혜연, 박인아가 호흡을 맞춘다.
공호석은 “아주 먼 이야기가 아니고 바로 우리 위 선배들 삶이니까 와닿지 않을까”라며 “젊은이들에게도 많은 공감을 얻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늘푸른연극제는 본인이 했던 작품 중에 다시 하고 싶은 작품을 선보이는 공연이다. 배우들의 피로감 호소에 내년부터는 이 규정을 없앨 예정이지만, 올해 선보일 네 작품은 연극 원로들의 ‘대표작’이라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연극제는 내달 4일부터 8월 2일까지 서울 성북구에 있는 서울연극창작센터 서울씨어터202에서 열린다.
연출가 윤광진, 극작가 김문홍, 배우 공호석, 장희진 등이 다양한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연극과 매체를 넘나들며 연기를 이어온 장희진은 내달 30일~8월 2일 안톤 체홉의 ‘벚꽃동산’ 속 라네프스카야로 분한다.
장희진에게 있어 ‘벚꽃동산’은 다시 무대에 올리고 싶은 도전이었다.
장희진은 “40대 때 공연한 작품”이라며 “제가 한 여러 작품 중에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벚꽃동산은 안톤 체홉의 마지막 희곡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몰락해 가는 귀족 가문과 여러 인간상을 그린 작품이다.
장희진은 배우 여무영, 이승철, 이봉규, 배상돈, 이제신, 서지유, 서태성, 최임경과 함께 체홉 특유의 절제된 대사와 심리 묘사를 표현할 예정이다.

윤광진과 김문홍은 연극만이 줄 수 있는 현장성을 강조했다.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과 동시대적 문제의식으로 찬사를 받아온 윤광진은 같은 달 16~19일 ‘황금용’을 선보인다.
독일 극작가 롤란트 쉬멜페니히가 쓰고 윤광진이 무대에 올린 작품 ‘황금용’은 2013년 초연 당시 대한민국연극상 최우수작품상과 연출상을 받은 바 있다.
아시아 간이식당 황금용의 주방을 배경으로 자본주의 이면과 이주노동자의 비극을 다뤄낸다.
윤광진은 “이 연극을 통해서 영화나 텔레비전과 다른 연극만의 경험을 조금 더 강렬하게 추구하고 싶다”며 “5명의 배우가 17가지 역할 하면서 48개 장면을 만들어 내는데, 이 연극의 에너지는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줄 것”이라고 했다.

부산과 경남에서 활동해 온 김문홍은 극단 왁자지껄의 제작으로 내달 23일부터 26일까지 ‘섶자리’를 공연한다.
섶자리는 1980~1990년대 개발 붐이 불던 부산 용호만의 어촌 섶자리에서 고향을 지키며, 흩어진 자식을 기다리는 부부의 이야기다.
김문홍은 “연극이 다른 예술과 다른 점이 있다면 현장에 모인 관객 앞에서 무대 위 배우가 연기하기에 다른 사람이 참여할 수 없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작품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다른 예술과 다른 점이자 매력”이라고 했다.
이어 “저는 작품 쓸 때는 항상 희곡이 관객들의 생각을 바꾸고 더 나아가서는 행동까지 바꿀 수 있는 그런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볼 때는 어렵지만 극장을 나가서 집에 가면서 가만히 사유할 수 있는 연극이 좋은 연극”이라며 성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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