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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합창, 한 인간을 무너뜨리다…오페라 ‘피터 그라임스’ [객석에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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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한 인간을 향한 공동체의 의심은 어디까지 정당할 수 있을까. 집단의 시선은 언제부터 개인에게 폭력이 되는가.

한 개인을 둘러싼 공동체의 집단 폭력은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린다. 사건의 진실 여부보다 편견과 혐오가 앞서고, 누군가를 향한 멸시와 비하가 일상의 재미처럼 소비된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조작된 여론이 한 사람을 파괴하는 모습은 오늘날에도 낯설지 않다.

영국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1913~1976)의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는 마녀사냥의 타깃이 된 한 인물의 비극적인 서사를 그린다. 작품은 영국 시인 조지 크래브의 시 ‘자치구'(The Borough)에서 영감을 얻었다. 1945년 초연한 이 작품을 국립오페라단이 지난 19일 국내 최초로 무대에 올렸다.

어부 그라임스는 견습 어부소년의 죽음 이후 마을사람들의 의심을 받는다. 법정은 사고사라는 결론을 내리지만, 주민들의 의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또다른 견습생을 받아들이고, 주민들은 그를 더욱 경계한다. 그러나 그라임스는 행동을 조심하기보다 ‘고기떼’라는 유혹에 견습생을 괴롭힌다.

브리튼이 그려낸 비극은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다. 그라임스는 공동체의 편견에 희생당하는 인물이면서도 동시에 견습 소년들에게 가혹한 태도를 보이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을 몰아붙인다. 관객은 그를 연민하면서도 쉽게 옹호할 수 없다. 작품이 지금까지도 강렬한 울림을 주는 이유 역시 이 같은 모호함과 복합성에 있다.

그라임스 역을 맡은 테너 크리스토버 벤트리스는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설득력있게 그려낸다. 그의 아리아는 공동체로부터 고립된 한 인간의 울부짖음처럼 들린다.

이 작품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마을 공동체를 상징하는 합창이다. 합창은 단순한 음악적 장치가 아니라 공동체의 집단 폭력을 대변한다.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그라임스를 의심하고 비난하며 압박한다. 거대한 여론이 한 사람을 둘러싸고 죄인으로 규정하는 과정은 마치 집단 재판을 연상시킨다. 이에 정신적 고통이 시달리는 그라임스를 결국 죽음의 문턱까지 몰아넣는 장치로 작용한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이러한 서사를 탄탄하게 뒷받침했다. 특히 작품을 대표하는 ‘바다의 간주곡’은 단순한 장면 전환 음악을 넘어 그라임스의 내면과 작품 전체의 정서를 담아낸다. 현악과 금관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공동체로부터 점차 밀려나는 인물의 불안과 고독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처럼 펼쳐지는 음악은 마을 사람들과 그라임스 사이의 갈등을 은유적으로 드러냈다.

연출가 줄리앙 샤바는 작품을 단순한 사회극이 아닌 심리 스릴러에 가깝게 풀어냈다. 특히 조명의 활용이 돋보였다.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인물들의 실루엣, 집단 합창과 맞물려 변화하는 빛의 방향은 그라임스가 느끼는 공포와 고립감을 시각적으로 증폭시켰다.

‘피터 그라임스’는 한 인간의 몰락을 통해 집단의 시선이 얼마나 쉽게 폭력으로 변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공연은 오는 2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감언론 뉴시스 excuseme@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619_0003675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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