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이기주 인턴 기자 = 휴가나 주말이 시작되자마자 감기나 두통, 극심한 피로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평소 업무 스트레스가 큰 사람일수록 쉬기 시작하는 순간 몸이 무너지는 듯한 증상을 겪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이를 ‘레저 시크니스'(Leisure Sickness·여가병)라고 부르며, 스트레스가 갑자기 줄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렛다운 효과(Let-down effect)’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21일 뉴욕포스트, 스위스 취리히 대학병원 등에 따르면 레저 시크니스는 긴장감이 높은 일상에서 벗어나 주말이나 휴가가 시작되는 시점에 두통, 감기 증상, 위장 장애, 피로감, 메스꺼움, 집중력 저하 등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직장이나 개인 생활에서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완벽주의 성향이나 책임감이 강한 사람에게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체 감각과 움직임을 활용한 스트레스 조절법을 가르치는 소매틱(somatic) 강사 리즈 테누토는 최근 틱톡에서 “성과를 중시하는 여성들은 휴가 둘째 날마다 감기에 걸린다”고 주장해 화제를 모았다. 영상에는 휴가가 시작되면 몸이 아팠다는 경험담이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생물학적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고 본다.
미국 건강관리 기업 리스토어 하이퍼 웰니스의 최고 의료 책임자인 헨리 르제어 박사는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게 유지돼 몸의 ‘투쟁-도피(fight-or-flight)’ 상태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염증 반응이 일시적으로 억제되고 피로나 몸살, 질병 초기 증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버티게 된다.
하지만 휴가나 주말이 시작돼 스트레스가 갑자기 줄어들면 호르몬 수치가 떨어지면서 그동안 억눌려 있던 두통이나 감기, 위장 장애 등이 한꺼번에 나타날 수 있다.
또 바쁜 일상에서는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긴장이 풀린 뒤에야 피로나 탈진을 자각하는 경우도 많다. 늦은 취침과 음주, 불규칙한 식사, 장거리 여행에 따른 피로와 시차 변화 등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실제로 2002년 발표된 네덜란드 연구에서는 참가자의 약 3%가 주말이나 휴가 때마다 반복적으로 몸이 아프다고 답했다. 가장 흔한 증상은 두통, 피로, 근육통, 메스꺼움,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었으며, 대부분 휴가 초반 며칠 동안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자기보고식 조사에 의존한 연구인 만큼 결과를 일반화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르제어 박사는 레저 시크니스나 렛다운 효과가 공식적인 의학 진단명은 아니지만,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실제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위치를 켜고 끄듯'(on-off) 휴가를 갑자기 시작하기보다 몸이 서서히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전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휴가 직전까지 업무를 몰아서 하기보다 중요한 일을 미리 마무리하고, 여행 전 며칠간 충분히 자고 수분을 섭취하며 과도한 음주를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여행 당일에는 걷기나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휴가 일정도 빽빽하게 채우기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유 시간을 확보해야 몸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르제어 박사는 “휴가를 완전히 지쳐 쓰러지는 시간이 아니라 몸을 회복시키는 훈련의 시간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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