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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게단, J-팝 열풍 넘은 교감 증명…韓日 ‘청춘의 앤섬’ 된 ‘프리텐더’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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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무심하게 흘러가던 일상의 평범한 감정들이 무대 위에서 거대한 위로의 서사시로 실체화되는 순간이었다. 타인의 세계에 스며들지 못하는 개인의 상실감조차 눈부신 팝의 선율로 긍정해 온 일본 밴드 ‘오피셜히게단디즘(OFFICIAL HIGE DANDISM·히게단)’의 음악은, 어느새 언어의 장벽을 넘어 한국 청춘들의 내면을 든든하게 지탱하는 시대의 공기가 돼 있었다.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에서 열린 ‘2026 오피셜히게단디즘 아시아투어 서울 공연’은 단순한 J-팝 열풍이라는 납작한 수식어를 뚫고, 이들의 사운드와 메시지가 어떻게 국경을 초월한 철학적 교감이자 국내 음악 문화의 굳건한 한 축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물리적인 타격감으로 증명한 압도적 현장이었다.

2012년 시마네현의 작은 라이브 하우스에서 결성된 이들은 2016년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를 통해 처음 한국을 찾았다. 이후 티켓 오픈 10여 분 만에 매진을 기록했던 2024년 내한을 거쳐, 마침내 국내 콘서트 업계의 성지로 통하는 케이스포돔에 입성했다. 엑스 재팬, 아무로 나미에, 킹 누, 유우리 등 소수의 일본 아티스트만이 올랐던 무대다. 전날에 이어 이날까지 총 2만6000명(회당 1만 3000명)의 관객이 운집한 이번 공연은 명실상부 히게단이 대세 밴드임을 증명하는 서사시와 같았다. 객석에는 빅뱅 대성, 세븐틴 도겸과 승관,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휴닝카이와 태현 등 인기 K-팝 아티스트들도 자리해 이들의 높은 위상을 짐작게 했다.

◆청량한 고양감, 서사를 그리는 보컬의 미학

오자사 다이스케가 연주하는 기타 리프를 신호로 ‘세임 블루(Same Blue)’가 울려 퍼지자, 무대 위 거대한 LED 스크린이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다이내믹한 사운드와 함께 후지와라 사토시의 보컬 고음이 맑게 뻗어 나갔다. 이어 브라스 세션과 코러스가 가세한 ‘숙명(宿命)’부터 관객의 엄청난 떼창이 폭발했다.

히게단의 음악이 지닌 강력한 팝적인 흡인력은 후지와라의 청량하고도 고양감 넘치는 보컬에서 기인한다. 그의 고음은 단지 물리적인 기술의 과시가 아니라, 악곡이 품은 서사의 드라마와 감정선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붓과 같다.

특히 빅히트곡 ‘프린텐더(Pretender)’의 도입부 기타 리프가 흘러나오자 객석에서는 터질 듯한 환성이 쏟아졌다. 이 곡은 짝사랑과 관계의 비대칭성을 고해상도로 그려낸 팝 록 넘버다. 단순한 이별 노래나 통속적인 상심의 토로를 넘어, 타인의 세계에 스며들지 못하는 개인의 감정적 무력감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미학적으로 포착한다. 스스로를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위치시키는 이 서늘한 절제는, 후지와라의 서정적인 보컬과 결합하며 일본 젊은 세대는 물론 한국 젊은층 사이에서도 새로운 앤섬(Anthem)으로 자리 잡았다. 후지와라의 맑은 노랫소리가 짙은 여운을 남기는 가운데 곡이 막을 내렸다.

◆피지컬 록 밴드의 진가와 종합예술의 구현

치밀하게 직조된 팝의 외피를 두르고 있으나, 히게단의 본질은 스타디움 밴드를 향한 동경을 품고 거침없이 내달리는 라이브 밴드다. ‘믹스너츠(ミックスナッツ)’에서는 나라자키 마코토의 베이스가 재즈적인 느낌을 품은 채 상쾌한 후렴구로 돌진하며 역동적인 팝을 완성했다. 브리티시 록의 향기가 배어나는 ‘래프터(Laughter)’에서는 마츠우라 마사키를 비롯한 밴드의 굵직한 록 사운드와 보컬이 맞물려 미칠 듯한 고양감을 낳았다.

‘파이어 그라운드’에서는 스크린에 띄워진 일본 화풍의 그림과 기타, 드럼, 건반 등 각 악기 연주의 퍼포먼스화가 어우러져 단숨에 거대한 록 쇼로 변모하는 종합예술의 쾌감을 선사했다. 한층 로킹한 ‘메이크 미 원더’와 비장한 분위기의 ‘크라이 베이비(Cry Baby)’에서 후지와라는 마치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 같았다.

◆언어의 장벽을 허문 완벽한 교감

이번 공연에서 가장 돋보인 지점은 아티스트와 관객 간의 철학적 교감이었다. 무엇보다 음악 자체와 가사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 일본어를 공부한 팬들은, 멤버들의 일본어 MC를 통역 없이도 알아듣고 즉각적으로 호응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압도적으로 여성 관객 비율이 높은 여느 K-팝 콘서트와 달리, 남녀 성비가 균등하거나 오히려 남성 관객이 더 많이 눈에 띄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후지와라는 진심을 담아 한국 관객에게 말을 건넸다. “2년이라는 세월, 긴 시간을 기다리게 해드린 만큼 더욱 많은 음악을 전해드릴 수 있도록 해나갈까 합니다. 2년 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곡도 늘었지만, 2년 전에 함께 불렀던 곡을 다시 한번 부르고 싶어 세트리스트에 담아둔 곡들도 많습니다. (여러분과) 함께라면, 언제든 100퍼센트입니다.”

멤버들의 다정하고 재치 있는 한국어 멘트도 객석을 달궜다. 후지와라는 “우리는 히게단입니다. 서울 소리 질러”, “히게단 야호”라며 분위기를 이끌었고, 멤버들 역시 “서울 돌아와서 기뻐요. 오늘은 다 같이 즐기자 애들아 오빠 왔다”라며 친근하게 다가갔다.

‘아이 러브(I LOVE…)’에서 화사하고 펑키한 떼창으로 하나 된 장내는, ‘타투(TATTOO)’를 거치며 밴드의 음악 여정과 리스너의 인생이 하나로 교차하는 지점을 연출했다. “빛이 넘치는 꿈의 다음은 너와 함께”라고 노래하는 앙코르곡 ‘스탠드 바이 유(Stand By You)’는 히게단이 청자에게 건네는 변함없는 연대의 메시지였다. 모든 순서가 끝난 뒤 퇴장곡으로 다시 흐른 ‘스타더스트(スターダスト)’에 맞춰 후지와라가 다시 한번 노래를 부르며 짙은 여운을 안긴 순간은, 매일 소비되는 일상의 음악이 무대 위에서 실체화될 때 어떻게 거대한 위로의 서사시로 확장되는가를 완벽하게 입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809_000374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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