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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근 “‘컷’ 없는 1시간 반, 그 맛 느끼고 싶었죠”…20년 만에 무대 [문화人터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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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와야 할 데를 온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배우 신정근(60)이 20여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영화와 드라마로 활동 무대를 옮긴 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다시 찾은 연극 현장은 그에게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다가왔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공원에서 만난 신정근은 “생긴 게 이러니 그동안은 잡으러 다니거나 도망 다니는 배역이 주를 이뤘는데 이번에는 약간 귀여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웃었다.

신정근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작품은 다음 달 9일 개막하는 연극 ‘너 없이’다.

‘너 없이’는 서울의 한 공원에서 신반근이 평범한 보험설계사 김한근과 우연히 마주치며 시작된다. 술잔을 기울이던 두 사람은 같은 학교에서 밴드부 활동을 함께한 옛 친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신정근은 “중년의 두 친구가 오랜 세월 묵혀둔 상처를 마주하고 풀어가는 이야기”라고 소개하며 “젊은 관객들은 ‘저 시절에는 저렇게 연애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구나’ 하고 볼 수 있고, 나이 든 관객은 ‘그때는 그랬지’ 하며 추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근이 맡은 신반근은 사회에서 밀려났지만 인간다움을 잃지 않은 인물이다.

“마음은 깨끗한데 외형상으로는 거지꼴인 캐릭터예요.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속이 다른 거죠.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그런 모습 아닐까요.”

이번 작품은 그에게 20여 년 만의 연극 복귀작이다.

1987년 극단 하나에서 연기를 시작한 신정근은 연극을 주무대로 활동했다. 그러다 둘째가 태어나면서 생계를 위해 영화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활동 무대를 영화와 드라마로 옮겼다.

영화 ‘황산벌’, ‘거북이 달린다’, ‘강철비2’,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지만 연극 무대와는 멀어졌다.

그를 다시 무대로 이끈 건 오래 알고 지낸 임창빈 연출이었다. 신정근은 “예전부터 ‘저랑 연극 언제 하실 거예요’라고 묻곤 했는데 지난해부터는 ‘심도 있게’ 귀찮게 하더라”며 웃었다.

김한근 역으로 함께 출연하는 동갑내기 배우 김명수도 복귀 결심에 힘을 보탰다. 영화 ‘신기전’ 등에 함께 출연했지만 연극에서 호흡을 맞추는 것은 처음이다.

신정근은 “김명수 배우가 아니었다면 작품에 출연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며 “제가 징징거리는 배역인데 그 친구는 태산 같은 배역이다. 인성적으로도 믿을 수 있는 친구라 마음껏 기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연극과 영화가 결합된 키노드라마 형식으로 구성됐다. 총 3막 중 2막에서는 영화 ‘소통순례’가 상영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공원을 벗어나 산과 바다 등 탁 트인 풍경은 극에 변화를 준다. 신정근과 김명수는 이번 여름 무더위 속에서 청평과 양평, 태안 등지를 오가며 영화 촬영을 진행했다.

신정근은 “해가 작렬하는데 땀이 줄줄 나더라. 그래도 명수는 ‘견뎌야지 뭐’ 하더라”며 “그래서 ‘이 나이 되니까 깨달은 게 있냐’고 묻기도 했다. 그렇게 견디고 들어와서 또 대본을 보는 친구”라며 엄지를 들었다.

20여 년 만에 다시 마주한 연극 현장은 익숙하면서도 달라져 있었다.

그는 “어린 친구들부터 중견 배우들까지 열악한 환경에서도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여기를 너무 등한시했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더라”고 털어놨다.

연기를 만들어가는 방식도 달라졌다. 선배와 선생님을 따라가며 정답을 찾으려 했던 젊은 배우는 이제 후배들과 함께 답을 찾아가는 선배가 됐다.

“예전에 연극을 할 때는 선생님들이 무서워서 ‘100점 맞는 연기’를 하려고 했어요. 지금은 연출에게도 ‘이건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하고 물어보면서 ‘100점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죠. 100점은 힘들겠지만요.(웃음)”

영화와 드라마 등 다양한 현장을 경험하면서 연기를 대하는 태도 역시 변했다.

그는 “처음엔 이것저것 가져와 기교를 부렸는데 ‘이게 아닌데, 진실성을 보여줘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며 “이번에는 인물에 더 밀도 있게 접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가 다시 느끼고 싶었던 것은 연극만의 호흡이었다.

“드라마는 길어봐야 한 페이지 정도 분량을 하면 ‘컷’ 하지만, 연극은 1시간 반 넘게 달리는 작업이잖아요. 그 맛을 느끼고 싶었어요. 연극으로 돌아오는 맛이 바로 그런 것 같아요.”

무대에서 관객과 주고받는 예측할 수 없는 반응도 그가 기다려온 연극의 재미다.

“관객은 제가 움직이는 대로 반응해주잖아요. ‘여기서는 웃기겠지’ 하는데 아닐 수도 있고, 반대로 예상하지 못한 데서 웃길 수도 있죠. 관객과 ‘밀당’을 하는 재미가 있어요.”

그가 다시 만나고 싶은 또 하나의 기억은 ‘잔치’같은 무대다. 2001년 출연한 연극 ‘혜화동 파출소’를 떠올렸다.

“여러 연극 배우들과 어우러져서 즐거운 한마당 같은 작품이었어요. 그 잔치의 느낌을 다시 한 번 받고 싶어요.”

‘너 없이’는 다음 달 9일부터 10월 4일까지 공간아울에서 공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821_0003758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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