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전민철(22)이 무대 위로 솟구쳤다. 긴 다리로 높이 도약한 몸이 잠시 공중에 머무는 듯하더니 가볍게 착지했다.
지난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지크프리트 왕자로 무대에 오른 전민철의 강점은 단연 도약과 회전에서 빛났다.
큰 키와 긴 팔다리가 만들어내는 춤선은 부드러웠고, 빠른 회전에서도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특히 높은 점프에서는 유리 파테예프 마린스키 발레단 예술감독의 지도로 다듬었다는 ‘길어진 체공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
유럽 평단이 그의 장점으로 꼽은 “자신 있는 도약과 강한 회전을 갖춘 정확한 테크닉”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독무가 이어질 때마다 객석에서는 큰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함께 고전 발레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백조의 호수’는 악마 로트바르트의 저주로 낮에는 백조가 되는 오데트 공주와 지크프리트 왕자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다. 왕자는 오데트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지만 오데트와 닮은 악마의 딸 오딜의 유혹에 넘어가면서 비극으로 치닫는다.

18일 오데트와 오딜로 무대에 오른 전여진은 상반된 두 인물을 오갔다. 오데트로 등장했을 때는 가냘프고 긴 팔다리와 섬세한 움직임으로 백조의 우아함을 표현했다.
오딜로 돌아온 뒤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왕자를 유혹하는 흑조의 강렬한 움직임과 표정으로 오데트와 대비되는 인물을 그려냈다. 한 무용수가 연기하는 두 인물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날 무대의 묘미는 주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18~19일 어릿광대 역을 맡은 주형준은 왕자의 성인식과 왕궁 무도회 장면에서 빠른 회전과 능청스러운 연기로 객석의 호응을 끌어냈다. 20여 차례 이어지는 회전 뒤에는 관객을 향해 박수를 유도하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악마 로트바르트 역의 알렉산드르 세이트칼리예프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2막에서 귀족으로 변장해 등장한 그는 서늘한 표정과 크고 강한 동작으로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무대미술과 의상은 고전 발레 특유의 화려함을 더했다. 거대한 갈색 숲을 배경으로 분홍색과 하늘색 드레스, 레이스가 달린 보닛과 프렌치 후드 등을 착용한 무용수들이 시선을 끌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어우러진 백조들의 군무도 볼거리였다. 흰색 튀튀를 입은 24명의 무용수는 기하학적인 대형을 이루며 고전 발레의 대표적인 ‘발레 블랑(Ballet Blanc)’을 펼쳐 보였다.
백조들의 ‘파 드 트루아(3인무)’와 ‘파 드 카트르(4인무)’에서는 여러 무용수의 발놀림과 움직임이 음악에 맞춰 이어지며 군무 특유의 정돈된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는 22일 홍향기·이동탁, 23일 서혜원·유주형이 각각 오데트와 지크프리트 역으로 호흡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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