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얼씨구!”
장구 장단을 몸짓으로 풀어낸 세계적인 왁킹 댄서 립제이의 춤사위에 객석 곳곳에서 추임새가 터져 나왔다. 20대 청년부터 백발의 노년층까지 관객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리듬을 탔다.
9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여우락 페스티벌 ‘몽중유희’는 공연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어우러지는 ‘판’을 만들었다.
무대는 프롤로그 ‘몽문(夢門)’으로 현실과 꿈의 경계를 열며 시작됐다. 작곡가 겸 가야금 연주가 박동석은 전통 장단을 전자음악(EDM) 사운드와 결합해 공연의 흐름을 이끌었다.
이어 휘몰이 장단을 차용한 비트와 움직임이 만나는 ‘들썩’, 립제이의 왁킹과 장구 장단이 맞물리는 ‘니나노’를 거치며 무대는 점차 흥을 더해갔다.
중반부 ‘휘영청’에서는 동해안 별신굿 리듬 위에 드럼앤베이스 기반의 전자음악이 더해졌다. 소리꾼의 창이 어우러지며 굿의 음악을 동시대 감각으로 풀어냈다.

립제이는 한삼을 끼고 전통춤 무희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전통춤의 유려한 선과 왁킹 특유의 절도 있는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후 연희컴퍼니 ‘유희’가 흰 사자탈을 쓰고 등장하면서 공연 분위기는 한층 달아올랐다. 탈춤이 이어질 때마다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공연 후반에는 징과 꽹과리, 북, 장구를 든 유희 멤버들이 무대에 올라 사물놀이를 펼쳤다. 황해도굿의 음악적 구조를 바탕으로 한 ‘유희난장’에서는 굿판의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

방울을 흔들며 “여기 오신 모든 분에게 건강을 주시오”라고 외치는 장면은 굿의 기원 의식을 떠올리게 했다. 이어 분위기는 다시 ‘흥청망청’의 판으로 바뀌었다.
“인생 뭐 있습니까. 한바탕 신나게 놀다 가면 그만이지.”
이 한마디와 함께 립제이와 유희 멤버들은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과 함께 춤을 췄다. 관객들도 손뼉을 치고 몸을 움직이며 자연스럽게 공연에 참여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에필로그 ‘동살’에서는 R&B 기반 전자음악 위에 해금과 가야금, 플루트 선율이 차례로 얹히며 공연은 잔잔하게 마무리됐다. 국악과 서양 음악의 벽마저 무너뜨리며, 관객들이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현실로 돌아오게 하는 치밀한 연출이었다.

‘몽중유희’는 전통 연희와 전자음악, 왁킹, 사물놀이를 한 무대에 담아냈다. 장르와 세대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이 함께 참여하는 연희의 가능성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한편 올해 여우락 페스티벌은 오는 25일 음악감독 유태평양의 폐막 공연까지 하림, 안예은, 동양고주파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국악의 새로운 접점을 모색하는 무대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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