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츤데레 토끼와 ‘대문자 T’ 자라의 티키타카…웃음 장착하고 돌아온 창극 ‘귀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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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난 이제부터 토끼 안할라요.” “난 안한다구요. 여기 떠난다구요.”

주인공 토자(토끼의 아들)역을 맡은 소리꾼 김수인이 갑자기 토라진 듯한 목소리로 이같이 외친다. ‘토끼가 토끼를 안하겠다니…’ 어딘지 모르게 능청스러우면서도 애달픔과 해학이 느껴지는 그의 외침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13일 국립창극단 ‘귀토’ 출연진들이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공연 일부를 선보였다.

창극 ‘귀토’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 하나인 ‘수궁가’의 이야기가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자라에게 속아 수궁에 갔으나 꾀를 내 탈출한 토끼의 아들 ‘토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제목인 ‘귀토(龜兎)’는 자라와 토끼를 뜻하는 동시에 ‘귀토(歸土)’, 곧 삶의 터전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은 토끼가 육지에서 겪는 갖은 고난과 재앙을 묘사한 ‘삼재팔란'(三災八難) 대목에 착안해 동시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새롭게 풀어냈다.

4년 만에 본인의 연출작을 다시 꺼내 든 고선웅 연출은 “세월이 지나며 군살이 많은 부분을 걷어내고 대본을 훨씬 명료하게 잘라냈다”며 “4년이 지나면서 훨씬 더 깊어졌다. 음악도 선명하게 기복을 만들었다. 무대는 영상을 보강해서 시원한 맛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귀토’ 작품을 맡게 된 이유에 대해 “수궁가를 처음 제안 받았을 때, 토끼가 기지를 발휘해서 살아 돌아왔다는 것 말고는 저희에게 주는 교훈이 없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삼재팔란이라고 하는 고난을 겪으며 어머니 아버지를 하늘과 땅에서 다 잃고 나서 ‘내가 살 곳은 바로 저기다’라고 생각하고 내 터전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예를 들면 이민을 간다든지, 이사를 간다고 하면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이직을 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때 여기를 피하면 꼭 잘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이런 서사는 어느 때나 다 맞다”며 “현재 있는 곳에서 자유를 찾고 보람을 찾는게 인생의 덕이 아닌가 한다. 귀토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보편적인 주제 의식을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번 공연에 새롭게 합류한 주역 3인방도 작품을 맡은 소감을 밝혔다. 토자 역은 김수인, 토자의 아내 ‘토녀’ 역은 김우정, 토자를 수궁으로 이끄는 ‘자라’ 역은 최용석이 맡는다. 고 연출은 “배우들에게 역할을 주니 일취월장하며 경이로운 성장을 보여줬다”며 새 주역 3인방의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김수인은 “초연 때 김준수 선배가 했던 토자는 굉장히 귀엽고 활발하고 되게 깡총깡총 뛰는 그런 느낌이었다면, 저는 거기에 까칠함을 더했다”며 “화를 좀 더 잘 내고 별주부를 울리기도 한다. 까칠하지만 속 깊은 츤데레 같은 역할로 만들어보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동갑내기 김수인과 호흡을 맞추는 김우정은 “토녀는 극 중반 이후 토자가 온전히 의지하는 든든한 ‘테토묘'”라면서 “토자를 아주 사랑하고 뒤에서 밀어준다”고 말했다.

최용석은 “자라 캐릭터는 대문자 T(사고형)다. 팩트 체크와 사실에 근거해서 모든 것에 홀리지 않으려 한다”며 “단순히 신세 한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용왕에게 다른 희망을 품고 충언을 하기도 하며 희생하려는 의지를 가진 인물”이라고 전했다.

원작의 ‘토끼와 자라’ 2인 구도에 ‘토녀’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해 3인 구도로 재편한 이유도 눈길을 끈다. 고 연출은 “수궁가 원작처럼 둘만 등장하는 것은 다소 상투적으로 느껴졌다”며 “자라와 토자, 토녀 셋이 어우러지면 대극장 스케일에도 맞고 소리 역시 훨씬 풍성해진다”고 설명했다.

전통 판소리의 무게감을 덜어내고 속도감을 높인 음악적 변화도 이번 재연의 승부수다. 판소리 ‘수궁가’의 대표적인 눈대목인 ‘범피중류’는 느린 원곡 대신 빠른 ‘자진모리’ 장단으로 둔갑했다.

김수인은 “수궁가의 범피가 아닌 완벽히 ‘귀토’를 위해 새로 만들어진 곡”이라고 강조했다.

최용석 역시 “드라마로 깊이 들어가는 기존의 무거운 범피중류보다, 기대와 젊음의 에너지를 속도감 있게 표현하고자 했다”며 “수학 문제처럼 정해진 답을 강요하는 대신, 언어 문제처럼 큰 틀 안에서 배우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한 연출 덕분에 자연스러운 그루브와 에너지가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귀토’는 9월 3일부터 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813_0003748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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