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광화문이 한글을 입었다.
어둠 속에서 피어난 한글 자음과 모음이 광화문 외벽을 수놓았다. 이내 현판에도 한글로 쓴 ‘광화문’ 세 글자가 떠올랐다.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한글날 전야제가 열렸다.
1926년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하는 ‘가갸날’로 출발한 한글날은 1928년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일제강점기 우리말과 글을 지키려는 노력 속에서 시작돼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지난 6일부터 광화문광장에서는 ‘2026 한글한마당-광화문’이 열려 공연과 전시, 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한글날을 하루 앞둔 이날에는 전야제가 열려 축제의 분위기를 더했다.
전야제에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주원 한글학회 회장,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인디밴드 ‘브로콜리너마저’는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신곡 ‘글이라는 길’을 무대에서 들려줬다.

세계 각국에서 온 세종학당 외국인 학생 8명도 무대에 올라 한글을 배우게 된 계기와 한글이 자신의 삶에 가져온 변화 등을 이야기했다.
이란에서 온 마르잔 하끼는 “광화문 앞에서 한글날 10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 함께하게 돼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유창한 한국어로 소감을 밝혀 박수를 받았다. 그는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를 보고 세종대왕 이야기를 우연히 알게 돼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히크마토바 굴노자는 “14살 때 K-컬처가 재밌고 색달라 보여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처음 배운 한글 단어는 ‘한국’이었다. 낯설었지만 재밌었다”고 떠올렸다.
외국인 학생들은 한글이 자신에게 무엇인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계속 걸어가게 하는 길”, “희망”, “가장 소중한 인연” 등 다양한 답이 나왔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시민들은 자신의 삶에 담긴 한글의 의미를 문장으로 낭독했다.
최휘영 장관도 무대를 이어받아 “오늘 우리는 서로 다른 세대의 삶 속에 자리한 한글의 모습을 만났다”고 의미를 짚었다.
이어 “살아온 시간은 달라도, 우리 모두의 곁에는 언제나 한글이 있었다. ‘내 곁에 한글’은 한글이 가까이에 있다는 말만은 아니다. 한글로 나를 표현하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며, 우리의 삶과 세대를 이어 간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은 오늘, 지난 100년의 마음을 이어 우리 한글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전야제의 하이라이트는 광화문 외벽을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 ‘스물넷, 우주’였다.
먹빛 어둠 속에서 스물네 개의 한글 자음과 모음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글자들은 밤하늘의 별자리로 이어졌고, 이내 산과 물 등 자연과 생명의 모습으로 어우러졌다.
광화문 외벽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과 영상으로 물들었다. 현판 부근에는 한글로 쓴 ‘광화문’이 선명하게 비쳤다.

최근 광화문 현판의 한글 병기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이날 빛으로 구현된 한글 현판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
현재 광화문에는 한자로 쓴 현판이 걸려있다. 지난 1월 최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한글 현판 추가 설치 방안을 제안한 뒤 국민 토론회 등이 열렸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광화문 현판이 한자로 돼 있는데 한글로 병기하면 어떨까 한다”며 국민 의견을 수렴해 “내년까진 결판내서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광화문 미디어 파사드는 오는 11일까지 오후 8~11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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