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이등병의 편지’ ‘옛사랑’ 등 익숙한 노래가 새로운 이야기를 품고 무대 위에 오른다.
가수 김광석과 송창식, 팝스타 얼리샤 키스, 작곡가 이영훈의 음악을 재해석한 주크박스 뮤지컬이 관객들의 향수와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들 작품은 기존 대중 음악을 활용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동전을 넣으면 노래를 들려주는 기계인 주크박스에서 유래된 주크박스 뮤지컬은 친숙한 멜로디로 관객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노래에 새로운 서사를 더해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지난 9일 개막한 ‘그날들’은 대표적인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2013년 초연한 작품은 고(故) 김광석의 노래를 엮어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속 우정과 사랑, 그리고 선택의 순간을 그려낸다. 누적 공연 600회를 돌파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김광석의 30주기를 맞아 일곱 번째 시즌을 선보이고 있다.
‘그날들’과 함께 국내 주크박스 뮤지컬 대표작으로 꼽히는 ‘광화문연가’도 오는 9월 다섯 번째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다. 작품은 생을 떠나기 1분 전, ‘기억의 전시관’에서 눈을 뜬 주인공 명우가 인연을 관장하는 인연술사 월하를 만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그린다. 명우의 추억 여행은 ‘붉은 노을’, ‘옛사랑’, ‘소녀’ 등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주옥 같은 음악들과 함께 펼쳐진다.
12일 초연의 막을 올린 ‘피리 부는 사나이’는 대한민국 포크송의 대가 송창식의 음악에 일제강점기 청춘들의 서사를 결합했다. 나라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예술과 사랑, 독립을 향한 열망을 키웠던 청년들의 감정을 송창식 특유의 실험적이고 철학적인 음악 세계 속에 녹여낸 작품이다.
그동안 송창식의 노래가 공연이나 영화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된 적은 있지만, 전곡이 그의 음악으로 채워져 무대화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피리 부는 사나이’, ‘고래사냥’, ‘담배가게 아가씨’ 등 송창식의 히트곡 20곡이 극 전반에 배치돼 이야기를 끌어간다.
해외 작품도 눈길을 끈다. 브로드웨이 화제작 ‘헬스키친’은 얼리샤 키스의 음악과 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작품의 백미는 키스의 히트곡과 신곡이 빚어내는 무대다. 데뷔곡 폴린(Fallin)을 비롯해 그래미 수상곡 ‘이프 아이 에인트 갓 유(If I Ain’t Got You)’, 뉴욕을 상징하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Empire State of Mind)’ 등 대표곡들이 극의 서사와 맞물리며 새롭게 해석된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음악이다. 익숙한 멜로디가 흐르는 것만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보다 쉽게 열 수 있다.
최승연 공연평론가는 “주크박스 뮤지컬은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공연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힘”이라며 “기존 아티스트의 팬들을 뮤지컬 공연장으로 이끄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모두가 아는 노래만으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최 평론가는 “이미 정해진 노래에 드라마를 녹여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어려움이 있다”면서 “가사와 이야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참신함을 줄 때 관객은 더 특별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