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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트 “우리가 곧 장르…한국의 골목길 닮은 음악하고 싶어” [문화人터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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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가야금 줄을 뜯는 손길 위로 강렬한 전자음이 겹쳐진다. 박물관에 있을 법한 전통이 클럽의 하우스 비트와 섞여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 비트를 쪼개는 장단이 꽂히면 몸이 본능적으로 들썩인다.

국악크로스오버 밴드 시오트(SYOT)는 오는 20일 단독 공연 ‘무아 無我’를 앞두고 서울 서초구의 연습실에서 정규앨범 NAVI에 수록된 ‘하슬라’를 연주해보인 후 “국악은 어렵다는 편견 없이 리듬을 타고 춤을 추면된다. 그냥 즐기러 오시라”고 했다.

지쿠(프로듀서·기타), 박한빈(재즈 피아노·보컬), 이유림(가야금)으로 구성된 시오트는 결성 1년 반 만에 자신들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한 신예 밴드다. 하우스와 UK 개러지를 기반으로 재즈, 국악의 감각을 결합한 음악으로 주목받고 있다. 매달 신곡을 내놓으며 1년 만에 1시간 이상 공연할 수 있는 자작곡 레퍼토리를 구축했다.

이들은 최근 정규앨범 ‘NAVI’와 싱글 ‘무아’를 발매한 데 이어 이번 공연에서는 음악적 정체성을 한층 확장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시오트가 추구하는 전통은 고궁이나 박물관에 머물지 않는다.

지쿠는 “기존의 국악 크로스오버가 외국인에게 불고기나 비빔밥을 소개하는 느낌이었다면 우리는 백반, 김밥, 이삭토스트 같이 한국의 로컬 감성을 추구한다”며 “멋있게 박제된 음악이 아니라 한국의 ‘골목길’을 닮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야금 연주와 같은 국악의 멋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일상 안에 들어올 수 있게 할까’라고 고민합니다. 저희는 대중음악이라는 틀 안에 국악의 멋을 담습니다.” (지쿠)

공연 제목인 ‘무아'(無我)는 ‘무아지경’에서 따왔다. 나를 비우고 다 같이 춤추고 놀 수 있는 신나는 무대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 “AI가 못하는 것, 사람이 몸으로 만드는 음악”

상업 음악 프로듀서였던 지쿠가 국악을 선택한건 역설적으로 AI(인공지능) 때문이었다. 5년 전 AI 음악 생성 프로그램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그는 “외주로 시키는 음악을 빨리 만드는 능력이 아무 소용 없는 시대가 올 것을 직감했다”며 “결국 사람이 몸으로 부딪치며 연주하는 오리지널리티와 라이브 공연만이 살아남을 것이라 확신했다”고 떠올렸다.

이때문에 ‘시오트’는 현대식 25현 개량 가야금 대신 전통적인 5음계 산조 가야금을 고집한다.

이유림은 “개량 가야금은 자칫 하프 연주처럼 될 수 있다”며 “가야금만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제약을 둔다”고 했다.

이어 “국악에서는 ‘왼손이 노래한다’고 표현한다”며 “5음계 안에서 왼손으로 줄을 폭넓게 누르며 미묘한 음을 만들어낼 때 가야금 본연의 거칠고 날것의 매력이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언젠가는 ‘시오트 같은 음악’이란 말 듣고 싶어”

국악계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이유림에게도 이번 도전은 파격이다. 안정적인 국공립 악단 취직 대신 인디 밴드라는 가시밭길을 택했다.

이유림은 “주변에서 자리가 나도 왜 시험을 안 보냐고 묻기도 하지만, 부모님은 내 선택을 믿고 기다려 주신다”며 “시오트 무대를 준비하며 매일 충돌하고 배우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고 했다.

팀 내에서 재즈 피아노, 신디사이저는 물론 보컬과 랩을 맡는 박한빈은 “대중은 연주를 아무리 잘해도 보컬이 나오는 순간 시선이 꽂힌다”며 “해외 무대나 야외 페스티벌에서 확실하게 각인되기 위해 보컬과 랩이라는 무기를 장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래하는 걸 워낙 좋아하고, 어릴 때는 노래를 해서 앨범 내는 게 꿈이었다. 시오트에서 모든 꿈을 다 펼치고 있다”며 웃었다.

지쿠 역시 “노래를 해야 코첼라 같은 메이저 페스티벌에 갈 수 있다”며 “좀 더 다양한 무대에 서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의 독특한 시도는 객석 반응도 제각각이다.

지쿠는 “초반이다 보니 관객층이 완전히 갈린다”며 “대중음악 팬, 재즈 매니아, 국악 전공자들이 한 공간에 섞여 앉아 이 음악을 즐긴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관객의 크로스오버’가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서류 작업에 치이지만 “우리가 하나의 장르“

개인 이력은 화려하지만, 기획사 없는 인디 밴드로서의 현실적 고충은 피해 갈 수 없었다.

멤버들은 “연습과 작업에만 매진하고 싶은데, 초창기이다 보니 지원 사업 행정 서류 작성부터 홍보, 기획까지 직접 하느라 컴퓨터만 보다 하루가 다 간다”며 “얼른 유명해져서 음악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처음 시도하는 실험적인 음악이기에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가 없다는 것도 힘든 점이다. 지쿠는 “곡 한 곡 한 곡을 만들 때마다 레퍼런스가 아예 없다”며 “다음 달까지 음원이 나와야 되는데, 저희가 강행군이다 보니까 창작의 고통이 올 때가 많다. 그때마다 정말 울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목표는 확고하다. 대외적으로 ‘대중음악인데 처음 듣는 장르’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지쿠는 “시오트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게 장단이다. 저희는 ‘이런 그루브 좋아’, ‘저런 흑인 그루브 어때?’ 이렇게 얘기를 많이 하지만 ‘한국 그루브 어때?’라고 하면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며 “한국 고유의 ‘호흡’과 장단의 요소를 어떻게 하면 서양 음악에 이식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끼리 농담으로 ‘시오트가 장르다’라고 말한다”며 “국악을 전공하는 보컬이 들어가면 조선팝, 네오트래디션 음악, K 퓨전 등으로 불린다. 하지만 저희 스타일을 복제하고 따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 우리가 국악 크로스오버의 확실한 선두 주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구로문화재단의 2026 공연예술 활동 지원 ‘구로아트브릿지’에 선정된 시오트는 오는 20일 구로창의아트홀 무대에서 신곡 ‘무아’를 비롯해 ‘몽화’, ‘Gene’, ‘Blue Light’ 등 시오트의 대표곡들을 전자음악 편성으로 새롭게 들려준다.

아울러 조명과 공간 연출을 활용해 공연장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구성하고, 관객과 무대 경계를 허무는 몰입형 공연을 선사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612_0003667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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